바늘 끝에 사람이
전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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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 성폭력, 5•18 민주화운동, 제주 4•3, 학부모의 교사 폭력 등등 우리 사회에서 뜨겁게 이야기되고 있는 주제들을 sf, 판타지, 미스터리 등의 여러 장르와 더해져 독자들에게 역사 속의 아픔과 비극, 희생당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장르로 우리나라의 현실을, 시대의 비극을 표현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이 책은 전쟁의 역사와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시대의 비극을 보여준다.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아픔을 겪는다. 우리는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같이 아파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우리는 그 아픔을 모룬다.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에 그 아픔과 슬픔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짐작해 볼 순 있었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은 전쟁으로 인한 비극을 겪고 있다. 결코 그 비극은 절대 씻을 수 없다. 그들은 국가전쟁으로 인해 극적으로 살아남아 겨우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사실 그들에겐 이 하루조차도 전쟁이다. 국가는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과 위로를 주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을 빨갱이라 칭했고 군대에서도, 사회에서도, 어디에서나 그들을 배척하고 차별했다. 그들을 점점 고립하였다. 현실은 정말 차갑다. 이 현실은 소설 속에서도 정말 차갑게 표현되고 있다. 역사는 차갑고 무섭다. 하지만 역사를 우리는 세대에 세대를 걸쳐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 분명한 건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들이 어떤 아픔을 겪었고 그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졌으며 이 아픔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려야 한다. 너무 차갑고 가슴이 아프지만 이러한 기록이 있었기에 우리가 무슨 일을 있었는지 알 수 있었지 않았을까? 어쩌면 당연히 그 아픔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잔인하고 아프며 차가울 것이다. 이 역사를 소설로 만나볼 수 있었고 다시 한번 역사를 생각해 보게 되는 좋은 경험이었다.

난 <창백한 눈송이들>, <너의 손을 잡고서>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군대에 성폭력이 일어났고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군은 자살을 했다. 하지만 군대는 제대로 된 처벌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사건을 은폐하려 애쓴다. 가해자들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부대에서 성희롱을 하며 외모 평가와 몸매 평가를 한다. 여자가 따라주는 술이 맛있다며 술자리에 부르지 않나 커피 좀 타보라며 시키지 않나 갖갖은 갈굼을 시전한다. 어느 누구도 성폭력을 당한 여군을 도우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이 사건으로 인해 자신이 자주 불려가게 되었다며 피해자라 우긴다. 과연 그들이 피해자일까? 감히 피해자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수 있을까? 아무렇지 않게 밥 먹듯이 자연스럽게 성희롱을 하는 그들이, 성폭력을 남녀 어른이 서로 마음이 맞아 한 잠자리라고 표현하는 그들이 피해자일까? 아니다, 그들은 엄연한 가해자이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향해 공군으로 입대한 여군을 죽게 만든 살인자이다.
가해자에게 한없이 부드럽고 자상하며 피해자의 인권 따위는 관심 없는 사회를, 국가를 우리는 과연 무엇을 믿고 의지할 수 있겠는가? 가해자의 편에 서는 그들을 보면서 마음 놓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광주인을 빨갱이라 칭하고 그들을 비난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자신의 올바른 권리를 올바르게 사용하고자 항의하러 나간 것, 그래서 맞서 싸운 것뿐이다. 이로 인해 그들은 가족을 잃고 친구, 이웃을 잃게 되었다. 이 사건의 진실을 대한민국 국민은 알지 못했고 오로지 광주인들만이 진실을 알고 있었다. 잘못된 거짓을 보도하여 5•18 민주화운동을 철없는 대학생이 반란을 일으키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국가의 폭력을 정당화하고자 만든 하나의 변명이었다. 이러한 거짓은 아무리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한들 절대 사그라지지 않는다. 사라질 수 없다. 그래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제대로 된 제도를 갖추고 계속해서 슬픔을 조금 덜어들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에게 역사와 전쟁의 아픔을 알리고자 참혹한 현실을 소설로 담아낸 작가님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수많은 희생자분들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더 많은 아픔을 겪고 있을 것이다. 이제 세상은 도덕이 무너졌다. 사람을 죽이고, 남의 걸 빼앗고, 인간의 기본 도덕을 지키지 않는다. 이런 도덕이 사라졌기에 세상은 전쟁의 나날이자 비극의 시대이다.
정신없이 혼란스러운 이 현실 속에서 이 책을 한 번쯤은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아마 더 잔혹하고 비극적인 감정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 감정을, 이 느낌을 우리는 꼭 느끼고 기억해야만 한다. 어쩌면 역사책으로 제주 4•3, 5•18 민주화운동을 접했을 땐 나와 동떨어진 사건이자 아픔이라 여겨졌는데 이렇게 쉽고 간편하게 만날 수 있는 소설로 접하니 아픔이 더 크게, 가까이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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