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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운
티파니 D. 잭슨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평점 :
가수를 꿈꾸는 인챈티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고 그곳에서 코리 필즈라는 세계 유명 가수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그를 만난 순간부터 그에게 빠지게 된다.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지만 그들에게 닥친 시련은 바로 그들의 나이였다. 그녀는 고작 17세였으며, 코리는 28살이었다.
코리는 인챈티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가 될 전망이 보인다며 그녀를 캐스팅하고 그녀와 함께 투어를 시작한다. 그렇게 행복한 사랑 이야기로 마무리될 것만 같았던 이야기가 점점 인챈티드를 암흑 속으로 끌어당긴다.
그녀는 단지 자신의 꿈과 사랑을 위해 그를 따라갔다. 하지만 현실은 세계 유명 가수 코리는 그녀에게 가스라이팅, 언어폭력, 성적 착취와 갖갖은 폭력을 일삼는다. 정신적으로 지배함으로써 자신을 벗어나면 그녀는 마치 외딴섬에 홀로 남겨진 듯 삭막하고 적막한 곳에 살게 될 거라며 그녀를 가축 기르듯 대한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그녀가 주변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고 황폐해져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녀가 점점 피폐해지면서도 왜 그를 떠나지 못하는지, 왜 피해자가 가해자를 쉽게 떠나지 못하는지 이 책에서 전부 보여준다. 성범죄 가해자는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신뢰를 얻은 후 성폭력을 저지른다. 그루밍 성범죄는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가 많다. 얼핏 보기엔 피해자가 이 관계에 동의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정신을 지배하기에 명백히 아니다. 과연 내 정신이 더 이상 제정신이 아닌데 이것을 동의한 관계라 생각하고 우리는 한 발 뒤 물러서서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있을까? 피해자를 욕할 수는 없다. 그들은, 그리고 우리는 인챈티드를 비난할 수 없다.
실제로 우리는 이런 비슷한 일을 기사로 많이 접해왔다. 하지만 그 기사 속 대부분의 댓글은 그녀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댓글보단 그녀를 탓하는, 혹은 그녀의 말을 거짓으로 여기는 댓글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인챈티드의 사진을 보며 꽉 끼는 드레스를 입었다 하여, 그녀가 오히려 코치를 유혹하고 있었다며,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만에 하나 그녀가 어떠한 옷을 입었다고 하여 그녀를 만져도 되는 권리를 그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다. 진실을 말하지만 그 진실을 단번에 거짓으로 만드는 순간들을 보면서 세상이 참 내가 노력한다고 하여 내 뜻대로 될 수 없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도 나를 등지는데 과연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자기 스스로 선택했기에 이로부터 발생한 결과는 모두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의 마음을 더욱더 찌른다. 2차 가해가 이루어지고 있다. 메시지방에서도, 인터넷 기사 댓글에서도, 사람들로부터도 그녀는 화젯거리이며 비난의 대상이다.
피해자에 관한 외모, 몸매 평가는 대체 왜 하는 것이며, 과연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고 하여 가해자의 범죄가 무죄로 판정될 수 있는 걸까? 과연 권력을 가진 남성의 말은 모두 진실한 걸까? 모두 진실하다고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여야 할까?
권력이 있는 남자를 옹호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세태를 꼬집고 있는 책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흑인으로서 받는 차별과 다양한 고난들을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만약 인챈티드가 백인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들은 바로 코리 필즈가 범죄자라며 유치장 신세를 지게 하지 않았을까? 피해자의 말에 반박하기보다 그녀의 말을 100% 신뢰하지 않았을까? 아직 세상은 여성으로서, 흑인으로서 받는 차별들이 존재한다. 그것이 그들을 이 세상에서 살기 힘들게 만드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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