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퀴즈
오가와 사토시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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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프로그램 ‘Q-1 그랑프리의 결승전 퀴즈 마니아인 주인공 미시마 레오는 엄청난 암기력의 천재이지만 퀴즈계에는 신예에 불과한 혼조 기즈나를 상대한다. 생각보다 접전인 상황에 당황한 미시마, 우승이 걸린 마지막 문제 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 혼조 기즈나는 단 한글자도 듣지 않고 정답을 맞혀 버리는데...

 

이미 친한 사람들은 다 알다시피 나는 미스터리를 사랑한다. 잔혹한 살인마가 만들어 놓은 난공불락의 밀실을 단서를 모은 명탐정의 추리로 간파하는, 수수께끼와 놀라운 진실의 연속이야 말로 이 장르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모든 미스터리, 추리 소설에는 꼭 살인이 등장해야 할까? 마니아가 아닌 사람들의 생각보다 미스터리의 세계, 미스터리의 장르 훨씬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일상의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코지 미스터리, 사회적 이슈를 소설로 승화한 사회파 추리소설, 현실성이 아닌 자신만의 세계관 속 합리성을 가지는 특수 설정 미스터리 등등... 하지만 이번에 읽은 오가와 사토시의 장편소설 너의 퀴즈는 위에 범주에 쉽사리 분류해서 넣기 힘든 독특한 소설이였다. 마치 메피스토 상의 모토 “1 작품 1 장르라는 말에 어울리듯 너의 퀴즈는 새롭게 시도하는 퀴즈 미스터리를 통해 미스터리의 바다가 얼마나 넓은지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였다.

 

너의 퀴즈는 충격적인 ‘Q-1 그랑프리의 결승전 이후 패배한 주인공이 상대방 혼조 기즈나의 트릭을 간파하기 위해 자신의 결승전 영상을 복기하는 스토리로 진행된다.

우선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화자가 퀴즈 마니아라는 점이다. 서술 중간중간에 마치 잔가지처럼 뻗어나가는 온갖 퀴즈들과 해답들을 보면 마치 정말로 퀴즈 마니아의 머리를 들여다 보는 듯한 착각마져 들 정도였다. 이 소설은 대회에서 수많은 퀴즈를 풀어왔던 주인공이 단상에서 내려와서 자신의 상대방이였던 남자의 속임수를 퀴즈를 풀 듯이 접근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것이 그저 캐릭터 성을 나타내기 위한 방식으로 보였지만 책을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서는 이 책의 가장 큰 메시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는 말할 수 없으나 그저 수단으로서의 퀴즈가 아닌 인생의 모든 순간 하나하나가 퀴즈라는, 이 소설은 퀴즈는 인생이라는 답을 찾게 되는 퀴즈 마니아의 과정을 담아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이상한 일 따위 아무것도 없다.”

교고쿠도 시리즈의 추젠지 아키히고가 했던 말처럼 미스터리라는 장르는 불가능 속에서 합리적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이 소설을 잡고 읽기 시작하면서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아니 여기서 도대체 어떻게 논리적인 결말을 낼 수 있다는 거지?” 였다. 이 소설의 대주제는 그렇다 쳐도 그래서 문제는 도대체 어떻게 맞춘건데? 이 책을 읽은 몇몇 사람들은 다른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트릭이라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나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럽고 논리적으로 타당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퀴즈 관계자와 작당모의를 한 사기극이다!” 같은 질 떨어지는 정답은 아니니 안심하고 읽어도 괜찮을 듯.

 

마지막으로 이 소설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정말 정말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는 점

겨우 240페이지 남짓한 분량에 종이 파형도 굉장히 작아서 (내가 소장한 그 어떤 책들보다 작다.) 마음만 먹으면 1시간 반에서 2시간 만에 읽어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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