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에 따라 운명도 바뀐다고 해야 하나?
만약 그날 7년이나 사귄 애인에게 차인 날이 아니었거나, 아니면 그 사건이 일어나던 날 수정을 만나지 않았거나 그냥 스쳐 지나갔다면 성욱은
오늘도 어제마냥 그냥 그렇게 평범하게 살았을 것이다.
인영에게 재미없어 차였던 성욱, 같은 대학을 나와 여자는 검사가 됐고 남자는 결국 사법고시 패스를 못하고 출판사를 다닌다.
그래도 7년이나 사귀었는데 재미없다고 찬 건 좀 그렇지? 그 재미없음은 남자의 비전을 못 봤거나 형식적인 데이트가 실증이 나거나 지루해지고
권태기가 온 것 같기도 하다. 마음은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변화는 주고 싶었던 여자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여자와 헤어지고 잠시 한 눈을 판 사이에 엄청난 일들이 성욱을 기다리고 있다.
해결사, 조폭, 살인, 꽃뱀 등 성욱이 일생을 살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남잔 그런가 보다. 처음 본 여자에게도 모든 걸 걸고 싶고 주고 싶은가 보다. 여자인 내가 이해하기엔 난감하지만 말이다.
순진하다고 해야 하나, 멍청하다고 해야 하나, 그냥 지나가면 됐을 것을 왜 그 순간에 호기를 부리고 싶었던 것인지...
수정의 사연이 궁금하기만 했다. 마지막에야 밝혀주니 더욱 궁금하게만 만들고 있다. 성욱을 끌여들이지 말았어야 했는 걸 알면서도 진짜 그를
사랑했던 것일까?
인영이 성욱이 착해서 좋아했다고 하는데 나도 착한 남자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그래서 조금 재미가 없을 수는 있다.
그런데 이 남자 여자 하나로 참 많이 달라졌다.
마지막 성욱의 선택이 의외지만 멋있다.
방태수라는 사람, 참 지지리도 못나고 못났다. 세상에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하는 넘의 아들로 태어나 도려님처럼 누릴 것만 누리고 사는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놈이다. 그 밑에 놈은 자기 밥그릇 챙기겠다고 사람 목숨도 스스럼없이 죽이는 놈이니 더 할말이 없다.
조폭과 연관되고 살인과, 폭력이 난무하는 부분에서는 움찔거려진다. 역시 어둠의 세계일은 내겐 곤욕이다.
맘대로 사람을 패고 죽이고 매장할 수 있다는 것이 두렵다.
평범하다 못해 조금 찌질해 보이기까지 하는 성욱이 어느 날 우연이 사건에 휘말리고 그 속에서 스스로 변화를 찾으며 내면의 갈등과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면서 인간으로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닐런지, 그러나 이렇게 큰 혹독한 경험을 해야 하다면 소설로만 만족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