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스피러시 - 미디어 제국을 무너뜨린 보이지 않는 손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박홍경 옮김 / 책세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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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드러난 몇 안 되는 성공한 음모!

 

영화와도 같은 책 속의 이야기는 헐크 호건과 고커 닷컴 간의 법정투쟁의 드러나지 않았던 숨겨진 뒷얘기들이다.

 

고커 닷컴의 소유주인 닉 덴튼은 미국 수정헌법 제1 조인 언론의 자유를 배경으로 삼아 이런 행동을 극단적인 자유로 해석하였으며, 그의 사회적인 지위와 권력을 통해 소재가 된 사람들의 항변을 외면하거나 강압적으로 눌러왔다.

이로 인해 고커 닷컴은 사회 각층의 인사들과 원한을 맺게 되지만, 미디어의 권위에 굴복한 사람들은 싸울 동력을 잃고 고커닷컴은 승승장구한다.

 

그런 피해를 입은 사람 중의 한 명인 억만장자 피터 틸의 다짐으로 이 책의 주요 얘깃거리인 음모는 시작되었으며, 표면적으로 드러난 헐크 호건과 고커 닷컴의 법정투쟁을 헐크 호건이 승리하면서 음모는 일단락을 맺게 된다.

피터 틸은 음모를 진행하면서 자신을 대신해 표면적으로 내세울 사건으로 헐크 호건을 찾아내었고, 숨겨진 존재로서 그 법정투쟁을 지원하였으며 결국 1억 4500만 달러라는 막대한 배상 지불 판결을 끌어냄으로써 고커 닷컴을 무너뜨리게 된다.

 

저자는 음모에 관련된 주요 인물들과의 인터뷰와, 방대한 판결문과 소송자료를 분석하여 치밀하게 음모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피터 틸이 얼마나 오랫동안 인내하며 정보를 수집하고 인물을 선정하고 상대를 분석하였는지, 고커 닷컴의 대표인 닉 덴튼이 그처럼 처참하게 패배한 이유는 무엇인지 끝부분에서는 이 판결의 결과가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고 당사자들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등등....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사회의 숨겨진 얘기를 저자는 매우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으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좋은 책이 늘 그렇듯 몇 가지 생각할 거리를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제기한 문제는 우리가 늘 현실에서 접하는 문제와 그리 멀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는 개인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어디에서 균형점을 이루워야하는가?이다.

 

J.S. 밀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 한해 개인의 자유는 무제한으로 허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피해라는 경계가 굉장히 모호하다는 것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언론은 진실을 근거로 누군가에게 피해라는 선을 항상 넘나들고 있으며 개인 또한 다양한 권리를 근거로 그에 대항한다.

범법자의 인권은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는가?라는 문제도 이런 점에서 비슷한 논쟁거리라 생각된다.

특히 한동안 이슈가 되었던 성피해자의 2차 가해 문제는 어떠한가.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갑론을박하고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가깝지 않은 것 같다.

 

또 다른 것은 과연 대중들이 모든 일을 투명하게 아는 것이 좋은 것일까? 하는 것이다.

 

CONSPIRACY란 단어를 책에서는 중간적인 의미로 사용하였지만, 사실 음모나 모사와 같이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행위를 뜻하는 단어들을 요즘 시각에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것에 신뢰나 도덕성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단의 척도로 삼는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주의가 중우정치로 변질되는 것을 우려하여 정치체제 중에 민주주의를 낮은 등급으로 생각하였다.

대중이 과연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좋은 것일까?

그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늘 미디어에 둘러싸여 있다.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스마트폰과 보내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같은 SNS는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전통적인 미디어인 신문, TV,  라디오도 아직 그 영향력을 유지 중이고, 이제는 너무 많은 정보로 인해 그 진위나 선별이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음모라는 주제로 시작하지만, 그 깊은 곳에서는 이런 시대적 변화에 대한 가치관과 윤리관에 대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점점 빠르게 변하는 세계 속에서 생겨나는 기존 관념과 새로운 현실의 충돌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변화를 요구하게 될까?

이 책을 읽고 우리는 바로 그런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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