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넌 누구냐? - 색깔 있는 술, 막걸리의 모든 것
허시명 지음 / 예담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왜 막걸리지?

이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한 때는 와인, 한 때는 사케에 빠져 밑빠진 독에 물 붓듯 들이킨 적이 있다.

그 때는 그렇게 남들이 좋다 하니 좋은 것 같았고 새롭게 경험하는 맛의 세계에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왜 막걸리지?

와인의 세계는 넓고도 끝이 없는 막막한 대해를 바라보는 듯한 체념을 남기고

미니멀리즘의 극한을 보여주는 듯한 사케의 깊이는 숙연함을 남긴다.

 

그래서 막걸리일까?

와인은 고개를 한 껏 쳐들고 지긋이 눈을 감아 펼쳐지는 세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사케는 턱을 당기고 지긋이 눈을 감아 절제의 감각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막걸리다.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고 손짓에 감응하며 나를 건네고 타인을 받아들인다.

자신 안으로 파고드는 듯한 와인과 사케와 달리 막걸리는 타인을 향하게 한다.

와인과 사케는 혼자 마실 수 있지만 막걸리는 혼자 마시지 못한다.

와인과 사케는 그 자체만으로도 홀로 설 수 있지만 막걸리는 사람이 빠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주는 사람이 있고 받는 사람이 있어야 그 맛이 늘어난다.

 

그래서 흥겹다.

만나는 사람마다 정겨움이 넘쳐나고

주고받는 술잔마다 노래가락이 절로 펼쳐진다.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서로를 만나게 한다.

 

그래서 아름답다.

오랜 기다림을 통해 자신의 꿈을 숙성시키는 정헌배인삼주가의 장인정신,

전통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지켜내려는 꼿꼿함과 의연함을 보여주신 외암민속마을 연잎주가의 어르신,

관성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맛의 세계를 위해 힘겨움을 마다않는 신평양조장의 외유내강.

 

모든 술에는 이야기가 따른다.

그러나 대부분 거기에는 사람이 없다. 오직 술만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막걸리는 사람이 중심에 선다.

사람마다 모두 다른 맛과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막걸리는 사람과 삶 그 자체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