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4호 - 농민과 주민은 누구인가
마을학회 일소공도 외 지음 / 시골문화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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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하면 소 공부만 하면 도깨비'가 된다. 일도 하고 공부도 하는 사람이 되자는 뜻을 가진 마을학회 일소공도에서 연간지 마을 4호를 냈다. 이번 호의 주제는 '농민과 주민은 누구인가'로, 책에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공간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글들이 실려 있다. 

나는 (항상은 아니지만 자주) 고민한다. 마을에서 산다는 일은 무엇일까, 하고. 시골 마을에서 살아왔다지만, 지금껏 주변 사람들과 맺어왔던 관계는 가족의 일원 또는 지역 학교 학생일 뿐이었다. 젊은이보다 나이든 이가 많고, 그래서 사라져가는 마을들이 생기는 요즘, 농촌에서는 '농촌 청년'은 꽤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담론이다. 어떻게 하면 농촌에 청년들이 이주해서 살 수 있을지, 이주한 청년들에게는 무엇이 필요할지 등을 묻는 간담회나, 컨퍼런스 같은 일들도 꽤나 자주 일어난다. 청년을 위한 정책도 해마다 생겨난다. 하지만 정작 농촌 청년으로 살아가는 나는 크게 관심이 없다. 정책이나 지원보다는 당장 앞에 선 문제가 더 재밌고, 중요하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언젠가 농촌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정부에 제안하는 자리에 간 적 있다.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있는 자리는 어디일까 생각했다. 그러다 내가 있는 이 자리는 내가 선택하고, 고민하고 있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내가 있는 이 자리는 남이 만들어내고, 규정한 자리는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농촌에서 커다란 이야기거리가 되고 있지만, 그 이야기거리에 쓰이고 있을 뿐이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지 못한다는 생각도 했다.

마을 4호를 읽으며 농촌 청년 (또는 청년 농부)로 불리는 일에 내가 얼마나 끼어들어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농민과 주민은 누구인가' 묻고,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곳은 어디인가', 묻고, 이 질문들에 나는 얼마나 개입해있는지 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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