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단 #협찬관식이가 선장이 되고도 애순이는 부정탈까 배에 오르기를 머뭇거렸지만, 영일호의 선장은 현주언니다. 그런 현주언니를 바다에서 처음 만나 지안은 항구에서 섭국을 먹고 영일호 선원이 되어 가자미 회덮밥을 먹는다. 어린전복에게는 미역을 잘라주고, 섬에 와서 처음 교감한 문어에게는 슬그머니 성게를 나누어 준다. 바다에 무작정 오기 전, 6년간의 회사생활을 통해 지안의 마음은 허물어졌고 숨쉬기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기도 힘들어졌다. 그렇게 위축되었던 지안이 현주언니의 도움을 받아 홀로 섬생활을 하며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을 듣고 박완서 단편집을 읽는다. 잡초를 뽑고 텃밭을 가꾼다. 전복장아찌, 송어훈제, 무청비빔밥에 만족한다. 바닷물에 배어들어 감정들을 마주하고 암흑 속 바다 속에서 '무섭다'의 반대말이 '여유롭다'임을 깨친다. 처서가 지나 볕을 쬐고 차가워진 물에 놀라 재채기를 하다 뜨거운 차를 마시고 뜨개쟁이가 되어보려 한다. 호된 감기를 앓고 묽은 쌀 죽과 간장에 절인 무를 먹으며 흡족한다. 매일 뜨는 해를 감상하고 걷기를 일 삼는다. 호흡을 고르고 겨울나기 준비를 한다. 통발에 넣어 바닷물에 배추를 절이다 도루묵까지 덤으로 얻어 석쇠구이를 해 먹는다. 자기 손으로 직접 먹거리를 기르고 자연에서 얻어 요리를 하며 지안은 자긍심을 회복한다. 짓이겨져 너덜거리던 마음이 다시 탄탄해진다. 그렇게 삶을 일구고, 물과 바람과 해와 땅에서 불편함끝에 자유가 나를 일으킨다고. 그곳이 꼭 무인도일 필요는 없다고. 여유로움을 갖는다면 두렵지 않다고. 자연의 일부인 나를 스스로 대접할 수 있다면 여기 이곳에서도 나를 회복할 수 있다고 속닥인다. 내 곁의 바람과 빗물과 해와 땅이!
"제 아버지 말씀으로는, 여인이 글을 배우면 자기를 낮추는 덕을 모르게 된다고 하던데요. 여인은 그저 음식을 하고, 옷을 짓는 일만 알면 족하다고요.""그뿐이냐. 부인이 하는 일은 안방 밖을 나가면 안 되고, 남다른 재주를 가졌다고 해도 남들이 보고 듣게 하기보다는 속에 품어 감춰야 한다고 하지." (67쪽)시대가 요구하는 미덕을 그대로 따라서야 어찌 진보할 수 있을까? 자기를 낮춘다는 덕이 어찌 유독 여자들에게만 요구되었을까? 여자들을 집안에서 종부리듯 한 것을 두고 미덕이라 말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무릇, 당연히,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건 없다.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교육받은 할아버지들 보다 본인만의 노하우와 삶의 지혜를 갖춘 학교 못 다닌 할머니들이 더욱 대단해 보이는 건 왜일까? 만두를 빚고 염색을 하는 손재주가 더딘 덕주는 언문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간결하게 쓰는 재주가 있었으니.. 아버지의 바람대로 살림을 하는 법은 아니지만 다행히 손에 묻은 먹물덕분에 이웃짓 빙허각 이씨 눈에 띤다. 덕주는 재미난 이야기속 여장군처럼 남장이 아닌 여자로써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아가게 된다. 빙허각은 <규합총서: 한글로 쓴 생활백과사전>을 지은 이씨가 12살에 직접 지은 호로 기댈 빙에, 허공 허, 집 각으로 허공에 기댄다, 즉 아무 데도 기대지 않는다 는 뜻을 지닌다. 조선에 이런 멋진 여성실학자가 있었다는 걸 <이웃집 빙허각>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한글의 역할과 사실에 토대를 두어 진실을 탐구하는 실사구시의 정신이 여성실학자를 통해 잘 구현되고 덕주와 윤보를 통해 성평등에 대한 생각까지 아우른 역사동화이다. 초등5학년~중학생들에게 읽기를 권하고 싶다. **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