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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 치유의 도서관 ‘루차 리브로’ 사서가 건네는 돌봄과 회복의 이야기
아오키 미아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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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저희가모임인 살아가기 위한 판타지 모임‘에서 이 책을 함께 읽었을 때, 누군가가 "초반에 주요 인물이 좀처럼 등장하지 않아서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 게 답답했어요. 예전에 읽기를 포기했던 건 느린 초반 전개를 견디지 못해서였는지도 몰라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이 이야기가 새롭게 보였습니다.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의 스토리에는 ‘시간‘이라는 커다란 테마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 스토리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구조 자체에도 ‘시간‘이 포함되어 있는 듯합니다. 주인공 톰은 이야기 속에서 "이렇게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물론 대부분은 누구의 ‘시간‘이든 모두 마찬가지로 커다란 ‘시간‘
속의 작은 부분일 뿐이지만"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 P56

이렇게 루차 리브로는 건물 안쪽만 도서관으로 여기지않고 밭과 삼나무 숲, 밭에서 언덕을 내려가면 있는 강도서관을 둘러싼 산과 들까지 모두 도서관 별채로 생각하고있습니다. 특히 여름에는 도서관 안이 찌는 듯이 더워서•적한 독서 환경이라고 할 수 없기에, 강가로 내려가 강물에발을 담그고 책을 읽으라고 권합니다. 겨울에는 한 방에 도여 일부분만 난방을 하는 편이 효율적이어서 공간이 확압축됩니다. 이처럼 공간이 계절에 맞춰 늘었다 줄었다 하는것도 저희 도서관의 특징입니다. - P62

몇 년 뒤에 문득 생각이 나서 이 책을 집어 들고 이 구절을 다시 읽었을 때, 장터라는 형태는 아니지만 루차 리브로가 조제 보베의 마을 시장처럼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희는 일상 속 생각을 ‘오므라이스 라디오‘라는 인터넷 라디오로 방송하거나 책으로 쓰는 것 외에도 저희가 일어온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하는 생활의 나눔을 실천하고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수확물이 너무 많아서 나눠주고 싶다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며, 저희 나름의 방식으로 사회와지속적인 관계를 맺어나가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라디오 청취자들이나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이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저희에게 무언가를 되돌려줍니다. 시를 지어서 보내주고, 수확한 야채를 가져다주고, 루차 리브로의 간판을 만들어주고, 시간을 함께 보내주고, 길에서 주운 소형 라디오를 가져와주고,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청소를 도와주고, 자신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해주는 등 실로 다채로운 방식의 답례를 날 - P66

저를 혼자 여행하게 만든 손님이 또 한 명 있습니다. 간토지방에 살면서 서고가 있는 카페를 운영하는 K 씨입니다.
K씨는 저와 남편의 첫 공저 <피안의 도서관: 우리가 한 ‘이주‘의 형태>를 읽고 오므라이스 라디오를 듣기 시작하여 지금은 열혈 청취자가 되었습니다.  - P72

사실 이 숲은 제가 서 있는 입구에서는 전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거대합니다. 도서관에서 장서를구축할 때는 머릿속 어딘가에 ‘공동 보존‘이라는 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한 도서관의 장서 구축뿐만 아니라 ‘이시리즈는 이 부근에서 우리 도서관에만 있으니까 처분하지말자‘라거나 ‘그 책은 ㅇㅇ 도서관에 있으니까 읽고 싶다는사람이 나타나면 그쪽으로 안내하자‘는 식으로, 도서관 전체라는 광대한 숲을 상정해 뿌리를 뻗고 가지와 잎을 펼칩니다. 숲속 생태계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릅니다. 저희 도서관에 장서가 빠짐없이 갖추어져 있는지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어딘가에는 소장되어 있다‘는 데 중점을 두는 것입니다. 그것이 설령 외국 도서관이라 해도 느낌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도서관과 도서관은 연결되어있으니까요. 지금은 사설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으니 시스템상 다른 도서관과 연결되어 있지는 않지만, 장서를 구축할 때면 다른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소장하고 있는지 의식합니다. - P78

제가 갈근탕으로 여기는 세 작품을 늘어놓고 보니 공통점이 눈에 띕니다. 할 수 없는 것, 즉 불가능성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말해도 말해도』는 무언가 못하는 게 있는 사람들이 주인공 미쓰바에게 와서 라쿠고를 - P82

배우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고, 애초에 그 출발점에는 미쓰바 자신이 라쿠고 전문가로서 껍질을 깨고 나오지 못해슬럼프를 겪는 중이라는 상황이 있습니다. 걸으면서 시작되는 일』에서 소개한 두 글에서도 작가가 마음이 병들지 않은 채로는 이 세상을 살아가지 못하는 친구들로부터 연락을 받고 전철을 탑니다. 또 「센바센터빌딩 만화에서는 "그때그때 그리고 싶은 것만 그릴 수 있거든요" 하고 의뢰를 거절함으로써 작가가 자신의 우울증을 센바센터빌딩에 겹치는 신기하게도 마음을 사로잡는 홍보 만화가 전개됩니다.
루차 리브로의 서가에는 이런 책들이 꽂혀 있습니다. 도서관에 온 사람들이 이런 서가를 둘러보고 나서 고민거리나 힘든 점을 조금씩 이야기해줄 때가 있습니다. 서가에 ‘할수 있는 것‘이나 ‘무한히 펼쳐지는 가능성‘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만 가득했다면 그런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지도모릅니다. 불가능성에서 출발하는 책이 꽂혀 있는 서가가조그만 목소리로 말을 걸기 때문에, 그들도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들이 저에게 털어놓는고민거리나 힘든 점 역시 ‘도무지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자신의 몸과 시간을 지금의 일에 모조리 바치는 건 납득할 수없다거나, 수업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거나, 구직 활동에 의 - P83

그문을 느껴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거나 하는 것이지요.
•들 대부분은 그런 일이 어렵거나 뜻대로 되지 않아서 힘들•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소리 내어 했다면, 그다음에는 제가 추천하는 갈근탕 책을 읽어보길 바랍니다.
이 세상에는 불가능성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가 존재하고 그것은 매우 풍부하고도 본질적인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지금 루차 리브로의 서가는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도 좋아‘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더 나아가 할 수 없는 것이야말로 시작이야‘라는 메시지가 되어 할 수 없는 것을 즐겁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면 더욱 좋지 않을까요. 그러려면 서가에서 배어 나온갈근탕의 효능이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 언제든 할 수 없는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도 된다고, 불가능성에 가능성이 숨어 있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오늘도 서가에 할 수 없는 것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살며시 꽂아두고 필요한 누군가에게 건넵니다. 서가에서 멀리멀리 퍼져나갈 효능을 상상하면서. - P84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어째서 유령의 시선으로세상을 보는가?‘라는 질문에 답해보자면, 저에게는 유령이나 큰 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보다 ‘저 사람은 유령이야 이편이 아닌 저편. 뭐라고 외치는 것 같지만......‘ 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없애려는 쪽이 훨씬 더 무섭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떠오릅니다. 저도 언제 물질적 혹은 사회적으로 유령이 될는지 모릅니다. 누구라도 우연찮게 저편에 설가능성이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이편, 인간 편에 계속 설 수있다는 자신감 같은 건 조금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유령 쪽에서 생각해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게다가유령의 입장에서는 이편이 ‘저편‘이니까요. - P120

저는 관리하는 쪽이 제 눈앞에서 선을 그을 때 아무것도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마음가짐조차 내비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폭력성을 시인하고, 폭력성을 내포한 장소를 강화하거나 함께 구축하는행동이었다는 사실을 훗날 독서회 때 깨달았습니다. 저는책을 압수당한 것에 대해 더욱 반발하거나 슬퍼하거나 화내는 등 제대로 반응해야 했습니다. 제가 그것을 다 이해한다는 양 잠자코 받아들임으로써 그 폭력성이 다음에 올 다른 누군가에게도 발현되리라는 점까지 생각해야 했다고 후회했습니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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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 ㅊㄱㅍ


사랑하는 밀리는 행복하게 지내던 엄마와 딸에게 시이 닥치는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의 집으로 전쟁의 불길이 다가오자 엄마는 사랑하는 딸 밀리를 숲으로 피신시킨니다. 거기서 밀리는 자신과 똑 닮은 소녀를 만나 신비로운시간을 보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시간과 운명을 살아간다는 것을 이해했습니다(물론시에는 이렇게 언어로 표현하지 못했지만요).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냉혹한 사실이지만, 동시에 ‘남들보다 느리고 볼품없다 해도 나 자신에게 흐르는 시간을 살아가는 수밖에 없어‘ 하며 - P25

혼자서 책이라는 창문에 달라붙어 있던 시절, 창문을 통해 펼쳐지는 풍경을 접하는 것은 저에게 ‘지금 여기‘를 살아내기 위한 매우 개인적인 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문제의식을 펼쳐 보이며 찾아와주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창가에 서서 함께 풍경을 바라보게 된 지금 그것은 다른의미를 지니는 듯합니다. 함께 창가에 서는, 다시 말해 함께책을 읽는 행위는 당신과 내가 하나가 되어 생각하고 사회를 구축해나가는 것의 마중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누군가가 ‘지금 여기‘를 살아내고자 할 때면 깊게 숨을 들이쉴 수 있는 창가로 초대합니다. 심호흡을 하고 나면 이번에는 먼 곳을 바라보며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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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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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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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인터뷰와

평론들이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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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서는 이를 ‘저항‘이라고 말합니다. 저항은 나아질수 있다는 희망이 있을 때도 자꾸 그 치유를 미루는 마음입니다. 저 사람의 말을 따르면 분명 나아질 수 있는데도, 자존심을 내세우거나 의심을 버리지 못하면서 치유의 길을 회피합니다. 심리상담 약속이 있는데 일부러 늦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담을 시작하면 자기 그림자를 진짜로 대면해야 하므로 그고통을 자신도 모르게 피하거나 미루는 것이지요. 상담하면 상처를 얘기해야 하고, 기억을 고백해야 하고, 그렇게 해서 만나는 자신의 그림자가 두려운 것입니다. 지금 싱클레어도 그런
‘저항‘의 상태입니다. 그림자와의 대면, 나의 가장 나약한 모습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 두려워서 데미안의 도움을 피합니다. 데미안은 진심으로 싱클레어의 아픔을 이해해 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싱클레어는 데미안이라는 좋은 친구를 만나고도 그 사람에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데미안은 타인의 진심을 읽어내는 재능이 있습니다. 데미안은 사람들이 아무리 ‘에고‘와 ‘페르소나‘로 중무장을 해도,
반드시 그 안에서 ‘셀프‘를 읽어내는 사람입니다. 말을 통해서만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건 아니지요. 눈빛이나 몸짓,
심지어 후각, 촉각 등 수많은 자극을 통해서도 그 사람이 무언가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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