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7
장 폴 사르트르 지음, 방곤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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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음식을 먹는 게, 혹은 음식을 먹는 사람들(화면)을 보는 게 불편할 때가 있다. 아무 자극이나 이유가 없다. 문득이다. 나는 그걸 ‘비위가 상한다’라고 표현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주인공이 느끼는 ‘구토’와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싶다. 먹음으로써 존재하는 생명에 대한 혐오...까지 생각했다면 좋겠지만 일시적인 무의식을 의식하기에는 그야말로 찰나다. 


어떤 문장은 (때론 문단도) 통째로 읽지 못했을 것이다. 눈으로만 훑어내린 그 문장과 나 사이에는 아마도, 내일 잡채를 만들어야 하는데 당면을 어디서 사야하나...와 같은 생각이 비집었을 테니까. (방금 해먹었음) 


그런데도 이 책이 좋았다고 말하는 아이러니는 어쩔 수 없다. 좋았던 부분이라면... 어느 순간 로캉탱의 의식흐름과 나의 그것이 주파수가 맞을 때다. 몰입해서 마치 나의 의식 같았던 부분들. (아주 아주 짧거나 일부이지만) 


그리고 책을 덮으며 감탄해마지 않았던 작가 사르트르의 엄청난 설계. (그렇다고 과연 그의 다른 책에 선뜻 도전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두려워했던 것보다는 훨씬 재밌고 공감됐던 일종의 안도와 쾌감까지를 선물받았다. 


오늘 모임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사르트르와 보브아르의 자유연애 말이다. 이제 ‘결혼(식)’에 대한 짧은 글을 써야 하는데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면 분명 그 글에서 나는 그들의 자유연애를 언급하게 될 거다. <구토>를 읽어서 좋다. 이제 그럼 <제2의 성>도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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