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움
신시아 알론소 지음 / A9Press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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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 (2019) / AQUARIUM (2017) 

신시아 알론소 글, 그림 / 44쪽 / 225*161mm / A9Press / 15,000원 



그림책 『아쿠아리움』을 처음 마주했을 때, 푸른색과 붉은색 사이를 펼쳐놓은 색감에 매료됐다. 물은 파랑이고 소녀의 옷과 물고기는 빨강이다. 머리카락과 수초는 다양한 채도의 보랏빛이고 길과 나무는 분홍색이다. 초록은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숲의 푸름과 다른 청량함이 들려오면서 정말 바다냄새(물비린내)가 나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글 없는 그림책이라 그런지 오감을 깨워주는 느낌이다. 


표지를 보면 커다란 수초에 둘러싸인 나루터에 소녀가 엎드려 있다. 빨간 물고기 무늬 원피스에 물고기 모양 머리핀을 꽂고 막 튀어 오르는 물고기를 보면서. 본문에서 소녀는 그 물고기를 얼른 집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집안의 모든 담을 수 있는 것을 꺼내 물을 채우고 아쿠아리움을 만드는데 심취한다. 오후에 시작한 놀이는 밤이 되어도 끝날 줄 모르는데… 어느 순간 신난 자신과는 사뭇 다른 물고기의 심정을 읽었을까? 소녀는 결국 물고기를 놓아주기 위해 바닷가로 달려간다. 

소녀는 물고기를 통해 소유와 유희를 경험하고, 소중한 존재와의 유대가 나 중심이 아닌 상대에 대한 배려에 있을 수 있다고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이는 앞면지와 뒷면지의 차이에서도 읽을 수 있다. 앞에서는 온갖 담을 것 안에 물고기가 몇 마리씩 들어 있다. 뒤에서는 바다 속인 듯 푸른 배경에 소녀와 물고기들이 헤엄을 치고 있다. 이제 소녀는 물고기가 보고 싶고, 함께 놀고 싶다면 그렇게 바다로 뛰어들겠지. 


그림 작가 신시아 알론소의 『아쿠아리움』은 그의 첫 작품이다. 그림을 보면 직접 그린 것 같기도 하고, 판화로 찍은 것 같기도 하다. 작가의 인터뷰를 보니 주로 디지털 방식을 이용한다고 하는데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굳세고 울창하고 우뚝 솟은 나무 이야기』는 나무의 초록이 주변의 다양한 색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볼 수 있다. 자연의 모습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려내는 신시아 알론소의 최근작은 『책이 좋은 걸 어떡해』. 과연 어떤 이야기와 그림들이 펼쳐져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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