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가 나를 부를 때
수잔 휴즈 지음, 캐리 소코체프 그림, 김마이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B가 나를 부를 때』 (2018) / What Happens Next (2018)

수잔 휴즈 글/ 캐리 소코체프 그림/ 김마이 옮김/ 40쪽/ 주니어김영사/ 12,000원 


“내 것인데 남이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은?”

요즘 넌센스 퀴즈에 빠져 있는 열두 살 아이가 저녁 식탁에서 문제를 냈다. “이름!” 아이가 낸 문제 중에 유일하게 답을 맞혔다. 


아기가 태어나면 이름을 지어준다. 고심해서, 정성스럽게 뜻을 담아준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부르는 애칭은 특별하다. 인터넷에서 스스로 멋진 이름을 만들어보기도 한다. 

그런데 누군가 나를 놀리려고 부른다. 흔히 별명이 그렇다. 좋은 뜻으로 지어주는 별명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다. 부르라고 지어준 이름을 두고 좋지 않은 의도로 부르니 속상하다. 그런 상황은 따돌림이나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B는 나를 “이상한 애”라고 한다. 항상 노려보고, 째려보고, 멸시한다. 미움을 가득 담은 그 말이 나에게는 상처가 된다. B의 친구들도 덩달아 나를 놀리고, 다른 애들은 이런 불편한 상황을 모른 척 한다. B 앞에서 나는 항상 블루, 파란색이다. B가 밉지 않았는데 자꾸 그러니까 마주치기 싫다. 어렵게 엄마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니 내가 가진 시선을 B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게놈에 대한 책을 읽고 우주와 별을 좋아하는 게 정말 이상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엄마의 도움을 받아 B를 이해시켜보기로 한다. 과연 통할까? 


내가 오늘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 

날 괴롭히는 B 때문에. 


B가 오늘 학교에서 내게 하는 일, 

내 길 가로막기. 


간단히 적은 수첩의 메모 같기도 하고, 연극의 지문 같기도 하다.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와 같은 식으로 전개된다. 그림이 없어도 상황이 그려진다. 그렇다고 그림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나와 B의 색깔을 통해 등장인물이 가지는 감정이 훨씬 잘 전달된다. 그리고 그 색깔이 달라지는 지점에서 긴장 해소가 훨씬 직관적으로 이뤄진다. 


얼마 전 아이는 운을 뗐다. 퀴즈가 아니었다. “친구들은 나랑 같이 놀려고 하지 않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넌센스 퀴즈보다 복잡해진 내 머릿속과 달리 아이는 담담했다. 이 책 속의 엄마처럼 나는 아이에게 해결책을 줄 수 있을까? 이 책을 본 내가 생각이 많아져서일까. 어쩐지 누구에게도 쉽게 추천해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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