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픽션 - 몸에 관한 일곱 가지 이야기
김병운 외 지음 / 제철소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인들의 앤솔로지라고 하니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에 구매 완료. 소개글만으로는 어떤 책인지 감이 안 잡혔다.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여섯 편은 소설, 한 편은 동화에 가깝다. 공통적으로 이야기를 지향하고 있어서 '픽션'이라는 명명으로 묶은 듯.

 

참여 작가들이 모두 8, 90년대생으로 젊다. 그만큼 날카롭고 엉뚱한 매력이 있고, 아주 매끈하진 않지만 나름의 에너지와 개성들이 뿜어져 나오는 느낌.

 

<말 같지도 않은>이 가장 재기발랄하게, 잘 읽혔다. 엄마와 아들의 만남을 일일드라마 느낌으로, 사실적이면서도 매력적으로 그려낸 부분이 좋았다.
<틈>은 한 부부의 일상을 지켜보는 듯 회화성이 강한 작품. 평범한 일상에서 맞는 뜻밖의 변화, 그 틈의 이야기가 미니멀하면서도 뒷맛이 강한 카버를 떠올리게 한다.
<불능의 천사>는 한 편의 서사시 같은 작품. 잘 읽히진 않지만 젊은 작가 나름의 선언으로 읽혔다. 문장이나 이미지가 가장 강렬하기도 하다.
<목하의 세계>는 SF적 세계관을 단편 안에서 '온기'로 녹여낸 지점이 인상적. 중간에 들어간 동물 삽화가 글과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낸 작품.
<가방소녀>는 귀여운 동화의 어조 안에 담긴 이야기가 아주 서늘하다. 신선한 읽기 경험.
올해 젊은작가상을 받았다는 임현 작가의 <엿보는 손>은 특유의 유머 코드가 맞아서 몇 번 웃음이 터졌다. 

<트릭>이라는 작품은 찬찬하게 노년의 기억과 목소리를 따라가는 작업이 차분하면서 설득력 있게 읽혔다.

 

한국문학은 젊은작가상 위주로 접하는데, 그보다 개성과 색깔이 뚜렷하고 진짜 '젊은' 느낌이었다. 젊은 작가를 만나는 통로 역할의 이런 시도가 계속 이어지길. 개성 강한 에너지들이 이끄는 대로 단숨에 따라가면서 몰입할 수 있었던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