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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 [라르고] 조금만 더, 곁에 있어줘 (한정판)
시로노 호나미 지음 / (주)조은세상 / 2025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라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된 하루토와 그의 연인 아키라의 이야기. 소설가인 하루토는 내향형이고 실내생활을 주로 하는 반면, 회사원 아키라는 여행을 좋아하는 자유로운 성격이다. 상반된 두 인물의 내면이 굉장히 섬세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책의 여기저기에서 소재에 대한 작가의 고민과 사전조사가 깊게 이루어졌다는 것이 느껴져서 좋았다.
하루토와 아키라 모두 내면이 입체적으로 다뤄지고 있어서, 둘 다 이해가 간다. 사고로 인해 아키라의 자유를 속박하고 있다는 죄책감을 느끼는 하루토도, 실재하는 형태로 연인의 곁을 지키기 위해 미련을 걸어잠근 아키라도 모두 충분히 공감이 돼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죽음에 대한 하루토의 태도였다. 모든 게 바뀌어버려 도움을 받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선택권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죽음이라니. 그가 느낀 절망의 깊이가 와닿는 동시에, 얼마나 살고 싶은지 느껴지는 구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만 더, 조금만 더, 생각하며 살아왔을 삶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얼마나 하루토라는 캐릭터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고민했을지 작가의 노력이 보이는 것 같다.
휠체어를 타고 외출한 두 사람의 시선에서 보이는 타인의 시선 같은 것들에 마음이 서늘해져 나를 돌아보기도 했고, 그럼에도 어딘가에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따뜻함에 안도를 느끼기도 하면서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누군가에게 세상은 불친절하고 차가운 것 투성이일 것이다. 혹은 친절을 가장해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으로 불편한 곳일 수도 있다. 그렇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한다.
다 보고 나니 비엘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인간드라마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후기가 좋아서 충동적으로 구입한 만화였는데, 읽기를 참 잘한 것 같다. 아프지만, 그 이상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