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시체, 내장 등이 등장하니 고어에 약하다면 읽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주연 중 한 인물이 탈모에 수염까지 있으니 외모가 중요한 독자 분들께도 비추합니다. 표지 보고 주춤했지만 명작이라는 후기가 있어 읽었는데 힘들긴 했습니다. 오히려 외모는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으나 작중 전반에 깔린 인간 불신과 냉소, 모럴리스함이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작가님의 전작 CALL을 정말 좋게 봤고 기대했던 만큼 슬리핑 데드도 압도적인 분위기와 긴장으로 인한 몰입감을 보여주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상권을 읽고 하권 구매를 망설였지만, 잠깐 등장한 학창시절 컷을 보곤 궁금증이 일어 하권까지 다 읽어버렸네요. 마미야는 찌질하고 사회생활도 못하는 어린 애 같은 괴짜 천재 느낌이지만, 과거에 여러 사정이 있었고 그런 성격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하는 모습에 울림이 있었어요. 별로 좋아지기 어려운 캐릭터지만 그런 인물이어서인지 더 기억에 남았네요. 사다는 진짜 볼수록 누구라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 인간이라면 진절머리가 날 만한 마미야라도 좋아하게 된 게 아닐까 싶어요. 흔히 비엘에서 볼 법한 잘생기고 잘난 캐릭터들이 아니라 벼랑 끝에 몰려있는 인물들이라 이 작가님의 만화가 더욱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설령 그게 대중적이진 않더라도 말이죠. 이미 지은 죄가 있고 돌이킬 수 없는 사건들이 연달아 이어지기에 해피엔딩을 기대할 순 없지만, 끝이 있을 것 같은 사랑이라 더 먹먹한 것 같습니다. 이런 인물들로 이런 사건들을 풀어내는 작가님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지네요. 하지만 슬리핑 데드는 개인적으로 많이 힘든 소재였어요. 아직 읽지 않은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은 더 유보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