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기다려줄게 - 아이의 닫힌 방문 앞에서 8년, 엄마가 느끼고 깨달은 것들
박성은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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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릴 때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강하게 저항한 적이 있다. 선생님께 상담을 드렸더니, 아이들은 누구나 한번씩 그러곤 한다며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일단 아이를 유치원에 어떻게든 들여보내야 한다고 하셨다. 나도 아이와의 기싸움에 밀리면 안될 것 같아서, 우는 아이를 유치원 안으로 어떻게든 힘으로 들이밀었다. 그 이후 아이는 다행히 유치원 생활에 잘 적응했다. 그러나 당시 '과연 내가 잘 한 것일까',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어서 등원 거부를 하는 것이 아닐까' 불안해하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만약 내 아이가 유치원도 아닌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한다면? 하루 이틀도 아닌 8년 동안이나 등교 거부를 한다면? 과연 나는 아이를 믿고 기다려줄 수 있을까?

이 책은 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자기만의 세상에만 머물러 있던 아이를 지켜봐야했던 엄마의 생생한 기록이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총명하고 순했다. 무엇이든 완벽함을 추구하는 성격은 어른들의 칭찬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제도권 교육안에서는 아이의 이 장점이 '속도가 느린 아이'로 해석되었고, 이로 인해 아이는 많은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았다. 결국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등교를 거부했고 그 어떤 것도 아이를 세상밖으로 나오게 할 수 없었다.

굳게 닫힌 방 앞에서 엄마는 아이를 달래보고 사정도 해보고 야단도 쳐보고 갖은 방법을 다 써보았다. 그러나 아이는 잠자는 것 이외에 먹는 것, 씻는 것, 가족간의 교류조차 거부한 채 자신 만의 세계에 깊게 빠져들었다.

저자는 처음에는 아이를 원망하고 비난했다. 그러다 아이도 잘 하려고 하였으나 할 수 없어서,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 것임을 깨달았다. 어떻게든 등교만 시켜보려던 것도 결국 아이를 위하는 것이 아닌 자기 만족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엄마는 다른 사람의 기준, 생각이 아닌 아이만을 바라보려 애썼다. 아이가 던진 한 마디 '엄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를 붙잡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언젠가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오는 그 날이 올 것을 굳게 믿었다. 긴 시간이 지나고, 아이는 서서히 변화했으며, 이제 성인이 되어 세상 안에서 스스로 삶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긴 기다림 끝에 다시 세상으로 나온 자랑스러운 아이와 엄마를 응원하고 싶다. 오랜 시간을 견뎌온 두 사람에게 고생 많았다고 이야기하며 손 잡아주고 싶다. 8년 이라는 시간이 아이와 엄마에게 그저 헛되이 흘러가버린 것은 아닐 것이다. 살면서 앞으로 아이가 겪을 많은 풍파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두 사람의 앞날에 행복한 시간이 가득하길 바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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