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길귀신의 노래
곽재구 지음 / 열림원 / 2013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사평역에서' 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詩) 다.

90년대 '사평역에서' 를 읽고  시인의 글을 꼭 읽어 보리라 다짐했었는데  10년이 훨씬 지난 후에야 읽게 되었다. 기대를 져 버리지 않았다

 

 

햇살 . 흙냄새 , 바람의 노래들.

길귀신의 노래를 읽는 내내 봄날 따뜻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을 느끼며 황톳빛 남도를 걸으며 흙냄새 맡는 기분이었다. 90년대 언제쯤 나는 실제 남도의 어느 땅을 밟으며 꼭 이 기분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작가가 여기저기 여행 다닌 흔적을 적어 놓은 글이다.

스무 살 적 시에 대한 고뇌와 절망과 열정의 시간들과 함께 말이다.

한때 사과나무에 사과와 함께 시가 열리고 라일락 꽃가지에 보라색의 꽃과 시가 치렁치렁 열리기를 바랬던 그 시절의 작가 말이다.

글을 읽는 내내 따뜻한 위로를 받고, 울컥 눈물을 쏟기도 했다. 뭐 이런 글을 읽으며 울것까지야 싶지만 실제 나는 눈물을 몇번 흘렸다.  뭔지 모르지만... 나로 하여금 눈물을 흘릴 수 있게한 책이다.

자연이 너무 따뜻하고, 사람들이 너무 따뜻하고,  고요하고, 사람 냄새나서.... 그래서 눈물이 났을거다

 

그림엽서  p.33

나는 삶이란 그것을 가꿔갈 정직하고 따뜻한 능력이 있는 이에게만 주어지는 어떤 꽃다발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허공에 뜬손   p.60

단순히 눈으로 보고 평가할 수 없는, 한없이 깊고 따뜻한 시간들이 지상 위에 있습니다. 그 시간들의 꿈속에서 우리는 잠시 우리 자신을 돌이켜보고 우리가 잃어버린 작은 꿈들을 생각하기도 하지요

 

봄날의 꽃보다 외온의 개펄이 아름답다   

p. 101

인간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노동을 하는 모습만큼 건강하고 순결한 아름다움이 있을까

 

p103. 해넘이의 시간이 아니라 만월의 시각이다. 봄날 한없이 둥글고 큰 달이 와온 바다 위에서 달빛을 뿌릴때면 세상은 온통 눈부신 꽃밭이 된다. 만파식적의 고요함 속에 달빛의 향기가 온 바다를 그윽이 흔드는 것이다.

 

신들의 정원   p.166

신의 정원을 빚어내기 위한. 어릴 적 비닐봉지 안의 빛나던 별사탕들처럼 어떤 두렵고 쓸쓸한 영혼들에게도 따뜻함과 아름다움으로 남는 시. 삶이 너무 비참하고 굴욕적이어서 더 이상 존재라는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한심한 시간들 속에서도 먼 포구 마을의 불빛들처럼 가슴 안으로 안겨오는 그런 시. 그리운 그 시들을 나는 지금 여전히 꿈꾸고 있는 것입니다.

 

섬달천의 반딧불   p.193

 

인간의 냄새 1. 민호에게      p.227~228

(인도에서) 걷다가 한 사내를 보았다. 팔과 다리가 없는 머리와 몸통만 남은 사내였다. 사내 앞에 놓인 양철통 앞에 루피 동전들이 들어 있었다. 민호는 아이스크림을 사 가지고 와 사내의 입에 넣어주었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아이스크림을 먹여주는 민호를 보며 나는 민호가 얼굴은 못생겼지만 마음 하나는 비단이라고 생각했다.

 

'길귀신의 노래'를 읽다보니 우리나라 곳곳을 찬찬히 둘러보고 싶어진다

와온의 갯벌, 인생이 쫑나지 않을 '쫑포', 섬달천과 선암사..

그리고 우리나라 산천에  피는 나무와 꽃들도 다시 알아보고 싶게 한다

팽나무, 멀구슬나무, 며느리밥풀꽃, 물봉선화, 고마리, 은목서는 물푸레나무란다. 물푸레나무는 나뭇가지를 물에 담그면 꿈처럼 파래진단다..

우리나라 곳곳의이름없는 마을을 바람과 함께 고즈넉히 다니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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