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강민선 지음 / 임시제본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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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좋아한다. (스스로는 문자중독이라고 폄훼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책이 많이 있는 도서관이라는 곳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 하나로 문헌정보학과로 진학했다.

처음 일한 곳은 대학도서관이었지만, 1년 남짓한 기간이 지나고, 우여곡절 끝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서점에서 일하게 되었다.

10여년이 흐른 후.. 자의반 타의반 회사를 그만둔 나에게 위탁도서관 운영에 참여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그리고 다시 3년이 지나고 있다.  많은 일이 있었던 3년이었다.

 

전공자이지만, 도서관 현장이 아닌 도서관 언저리에서만 있었던 나에게 이 일은 도서관이 이렇게 일이 많은 곳이었나 싶을 정도였고, 어쩔 수 없이 위탁운영을 하고 있지만, 다른 사서들에게는 마땅치 않은(?) 시선을 받으며 일해야 하는 공무원 아닌 공무원이어야 하는 위탁도서관의 현실을 마주하며 가끔 힘이 빠지곤 했다.

 

그러던 내 눈에 들어온 이 책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저자는 전공자가 아닌 준사서로 나처럼 위탁 공공도서관에서 일했다. 좀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해서 큰 마음 먹고 1년을 준비한 끝에 준사서 자격증을 땄지만, 정사서가 아니어서 좀체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괜히 전공자인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자 말대로, 해마다 누적되는 전공자들도 다 제자리를 찾기 힘든 마당에 준사서에 대한 자리가 있을까마는, 문예창작을 전공한 것이 작가가 되는데 도움이 안되고, 사서가 되려니 문헌정보학 전공이 아닌 것이 발목을 잡는다는 구절이 정말 절절하게 다가왔다.

 

사실 전공자인 나조차도 이렇게 도서관현장에 들어오기 전에는 사서란, 그저 데스크를 지키는 존재인 줄 알았다. 처음 시작이 대학도서관이었고, 죽 대학도서관만 상대하는 일이었기에 더 그랬을 수도 있다. (물론, 대학도서관이 한가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공공도서관처럼 다양한 계층을 상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니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

 

저자가 체험한 대로, 우리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저자의 도서관보다는 작은 규모인 우리 도서관은 전직원 6명에 기간제근로자 4-5명이 근무하는데, 각자 프로그램이니, 행정이니, 전산이니 맡아해야 하다보니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수많은 서류작업들, 각종 민원처리, 저녁 10시까지의 매주 돌아오는 당직까지... 누가 사서가 자료실에 앉아 대출반납만 한다고 했던가.

 

책을 읽다가 실소를 금하지 못한 페이지가 두번 있었다. 중간에 나오는 2개의 도서관공지인데, 하나는 눈오는 날 제설작업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산 부족으로 12월 특근수당을 60%만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사서는 제설작업도 한다. (올해 폭우에는 물도 퍼냈었다) 물론 다른 공무원도 하지만, 특히나 도서관 특성상 언덕배기나 산 속에 위치하기에 제설작업은 필수이다. 그나마 우리 도서관은 다행히 도심 한복판(?)이라 덜 힘든 편이라지만 겨울에 눈이라도 내린다 하면 다음날은 전직원 출동해야 한다. 사서는 절대 예쁘게 카운터에 앉아 대출/반납만 하지 않는다. 하!하!하!

 

내가 생각하기에 위탁도서관은 필요악이다. 서울엔 그나마 위탁도서관의 수도 많고,  큰 도시공단 같은 곳에서 체계잡힌 운영도 하지만 지방에서는 그런 예가 많지 않다. 우리만 해도 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소속되어 일하지만, 늘 지자체와 대학 사이에 끼인 계륵 같은 존재이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책을 보여주겠다고 주말마다 오는 가족이나 한번에 20-30권씩 책을 빌려가는 의지의 엄마들, 토요일마다 눈 반짝이며 만화영화 보러오는 꼬마들, 수고한다며 감사하다며 인사하는 이용자들을 보면 보람도 느낀다.

 

힘든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에게 도서를 제공하는 책나래 서비스에 얽힌 가슴 먹먹한 이야기, 어렵게 의사 소통한 외국인 이용자와의 에피소드도 있고... 한책 도서 선정단으로 일했던 이야기, 이용자가 적어진 어린이 자료실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의기투합한 세사서 이야기들은 정작 전공자 사서인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열심히 사서의 삶을 살아낸 저자의 이야기들이 있다.

 

이 책은 제목처럼 도서관 실무를 알려주지 않는다. 도서관에 남고 싶었지만 남지 못하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저자의 4년 반의 시간을 오롯이 보여주는 에세이다. 곳곳에 위탁도서관으로서의 한계에 부딪히고 비전공자로서의 비애가 보여 안타깝기는 했지만, 전공자인 나보다도 더 도서관에서 치열하게 일했을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배운 것이 이것 뿐이라... 다른 삶을 꿈꾸면서도 선뜻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나에게 저자의 딴 짓과  하던 일을 그만두는 용기는 많은 부러움을 안겨준다. 딴짓이라 하지만, 애초에 하고 싶었던 일이니 저자의 독립출판을 응원한다.

 

내가 수서를 맡고 있기에.. 다음 도서구입에 이 책을 구입할 것이다.

저자의 앞으로 나올 다른 책들도 기대된다.

 

아.... 나도 글쓰기를 해볼까 싶다. 나의 딴짓도 응원 바란다.

작가에 이어 사서도 내게 이루지 못한 꿈이 되어 버리진 않을까? 문예창작을 전공한 것이 작가가 되는데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사서가 되려니 문헌정보학을 전공하지 못한 것이 발목을 잡는다. 작가가 되는 데에 십 년 동안의 습작경력은 무용하고, 사서가 되려니 전무한 경력이 애를 먹인다. (p.15)

하지만, 이 딴 짓이라는 게 마치 몰래 만나고 있는 애인 같아서(어띠까지나 비유다.) 현재의 남편이(도서고나 업무가) 날 괴롭히고 패닉 혹은 권태에 빠지게 한다면 언제라도 갈아 탈 수 있는 여지 같은 존재랄까(하하하...) 네가 날 아무리 괴롭혀도 난 이미 마음 둔 곳이 있어서 괜찮아, 난 고통을 느끼지 않지, 건드릴 테면 건드려 봐, 하는 심정적 위안. 딴짓의 세계는 정말 위대하다(p.135)

사서는 책보다는 사람을 더 좋아해야 한다고들 해요. 책보다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일을 많이 하니까요. 반면에 책은 말이 없어요.자신을 찾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죠. 그런 책이 좋아서 도서관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사람에 질려 그만두는 분이 대다수죠....제 생각은 그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사서로 오래 남았으면 해요.... 도서관은 그 자체로 좋은 곳이에요. 그 안에서 자신의 안위보다는 책과 사람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서들도 분명 있고요. 플래너리 오코너의 소설제목처럼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고 하잖아요. 주변에 그런 사람 안 보이면 그게 바로 자신이라고 생각하세요. 내가 하면 되죠, 좋은 사람. 좀 힘들고 외롭더라도요.(p17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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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1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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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읽히긴 한다. 근데, 작가가 얘기하고 싶었던 게 뭐였지 싶다. 무슨 사회고발처럼 시작되다가... 느닷없이 로맨스로 끝난 느낌??? 소설은 소설일 뿐, 실제의 사건을 떠올린다면 그건 독자의 사정이라고 하던데... 그냥 보고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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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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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만 읽고도 내용이 너무 뻔해서(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 굳이 뭘 또 소설까지..) 지금까지 읽지 않았다. 도서관에 딱 2권 있는데 계속 예약릴레이다.영화화한다니 하지말라고 무슨 대통령 청원까지 한다네..ㅎ. 지금까지 이보다 심한 페미니즘 책도 많았을텐데..읽어봐야겠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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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떠났다
소재원 지음 / 새잎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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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인데, 왜 거꾸로 드라마를 소설화한 어설픈 소설 같지? 처음엔 나름 잘 읽히지만, 나중엔 왜 이렇게 내용이 길지? 라는 생각을 함. 이야기 설정은 신선했지만, 엄마와 딸, 그리고 여자의 이야기를 피상적으로 남자의 시각으로 그려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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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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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판 로빈슨 크루소!
화성에서 산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과학적 치밀함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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