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의 짧은 체류
스티븐 L. 펙 지음, 김항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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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지옥은 화염과 고문, 비명이 가득한 곳이다.

하지만 이 책이 그려내는 지옥은 기괴할정도로 조용하고

깔끔하다. 주인공이 죽은 뒤 도착한 지옥은 끝없이 이어진

서가와 방으로 이루어진 무한에 가까운 도서관이다.


그곳에서 형벌을 끝내고 천국에 가기 위한 조건은 단 하나,

자신의 일대가 기록된 한 권의 책을 찾아내는 것.

언뜻 들으면 해볼만한것 같지만 무한에 가까운 책들은

기호가 무작위로 배열된 조합의 덩어리일 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물들이 느끼는 고통은,

끝 없는 노동 속에서 마모되어 가는 인간성,

관계의 파곡,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이다.


무의미한 텍스트의 바다에서 진짜의미를 찾아

헤매는 인물들의 모습은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매일 의미를 찾으려고 애쓰는 현대인의 삶과 닮아있다.


짧은 분량의 책이였지만

다 읽고나면 지금 내가 있는 공간과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무한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서운 무게를 지니는지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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