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즐, 삶을 요리하다 - 슬로푸드를 찾아 떠난 유럽 미식기행
노민영 지음 / 리스컴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슬로푸드를 찾아 떠난 이탈리아행 유학은 안전한 인생 레시피를 무시한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 결과 나는 먹는 즐거움만 추구하던 미식가에서 슬로푸드 철학을 지닌 신개념 미식가로 거듭나게 되었다. 내 삶의 요리는 깊숙한 냄비 속에서, 때론 넓은 팬 위에서 씨즐링~ 씨즐링~ (요리할 때 나는 ‘지글지글’ 소리의 영어 표현) 소리를 내며 아직도 한창 진행 중이다. -p3

 

단순히 슬로푸드 하면 천천히 요리하고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단편적인 부분만 생각했었는데 작가가 이야기하는 슬로푸드란 맛있고 거기에 공정한 식품을 추구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공정 무역이 많이 알려진 만큼 슬로푸드에는 품질과 맛 거기에 소비자의 역할도 강조되는 것이다. 이탈리아 유학을 통해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면 파스타와 치즈, 와인이 너무 먹고 싶어진다. 고린내가 난다는 이탈리아 치즈와 살라미. 이 냄새가 상상이 가지는 않지만 숙성되면서 나는 지역의 냄새가 야릇한 표정을 짓게 한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먹어보고 싶은 것은 피자! 한국에서는 토핑이 가득 들어가 있는 제품들이 인기가 많지만 여기서도 페퍼로니를 가장 좋아하는데 저자 역시 단순한 재료가 들어가야 도우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하는데 그 피자 이름은 마르게리타 피자. 이탈리아에 간다면 가장 먼저 먹어보고 싶은 피자다. 살루미에 대해 적응하지 못했던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한국의 홍어를 상상했다. 한국 사람인 나도 잘 먹지 못하는데 왠지 오래 삭은 그 살루미가 홍어 같이 느껴진다.

 

이탈리아에 대한 생활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로 저자의 경험을 다양하게 들을 수 있다. 나에게 이탈리아는 가고 싶지만 왠지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나라인데, 거기서 사람들의 문화나 성격을 책을 통해 많이 알았고 우리와의 차이점도 들으니 당장 식도락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음식에 대한 그들만의 철학과 노하우,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들은 이야기다. 특히 모든 요리사들이 이탈리아에 가면 정신을 못 차리는데 몇 달 전에 본 『레터스 투 줄리엣』에서도 멋진 이탈리아 음식들과 배경을 보면서 이탈리아 가고 싶어 한동안 마음이 싱숭생숭 했었다.

 

이탈리아는 파스타, 치즈, 와인, 살루미, 피자 등 생각만해도 맛있는 먹거리가 많지만 후식이나 커피 역시 맛있을 것 같다. 영화에서 많이 본 젤라토 역시 꼭 맛보고 싶은 것 중 하나다. 사르르 녹는 그 맛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후식마저도 인공 색소를 쓰지 않고 본연의 맛이 최대한 나도록 만드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설탕 넣은 에스프레소 꼭 마셔보고 싶다.

 

사실, 이 정도면 이탈리아 음식은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장 놀란 것은 바로 식초 발사미코 디 모데나이다. 식초 하나도 10-20년 이상 인게 있다고 한다. 집에서 음식하면서 식초를 거의 안 쓰기 때문에 이렇게 비싼 거 사다 뭐하나 싶었는데 약간 달콤한 향이 난다고 한다. 아이스크림 위에 딸기를 얹고, 구운 해산물과도 잘 어울리고 그냥 한 스푼 먹는 것도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이탈리아의 빵은 어떤 맛일까? 나는 버터가 잔뜩 들어간 부드러운 빵을 상상했지만 식감이 보기에도 참 거칠어 보인다. 그리고 우리나라 김장 하듯 토마토소스를 미리 대량으로 만들어 놓는 모습도 신선했고, 각 지역의 먹음직스러운 전통음식들을 구경하고 있으면 침이 꼴깍 넘어간다.

 

이 책을 읽고 보고 나니 바쁘다고 너무 미국식으로 빠르고 간편한 음식 위주로 생활을 해온 것을 반성했다. 먹는 것! 삶에 있어서 큰 부분을 차지 하는 기쁨인데 너무 등한시 하기만 한 것 같다. 『카모메 식당』이란 영화에서 보면 죽기 전에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으니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는데 그게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맛있고 좋은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과 먹는 것,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 일을 매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느긋하게 음식과 삶을 즐기는 모습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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