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관음 1
하이옌 지음, 김태성 옮김 / 아우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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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도무지 중국 소설에는 정이 많이 가지 않는다. 역사에 대한 이야기들은 재밌게 읽는 반면 소설은 사회적인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나서 그런지 우울하고, 가난에 찌들어 비참한 부분이 비춰지기 때문에 다 읽고 나서도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꽌시전쟁]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중국내에 권력에 대해 이해했고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다. 이번 하이옌의 소설은 사랑이야기라고해서 어떻게 엮어나갔는지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읽는 동안 흡입력이 대단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끊어지는 느낌 없이 사건이 계속 생기고 풀어나가는 재미 또한 적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진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양루이와 안신의 관계에서부터 특히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안신의 과거를 알아가는 내용이 영화처럼 파라 만장한 삶이었다. 결혼을 통해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었던 남자 양루이는 안신이라는 여자 하나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다.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그런 장면에서 마음을 애틋하게 만들었다. 독자들의 시선을 잡았던 이유 중에 하나는 자신이 다 타버릴 것을 알면서 사랑이라는 불구덩이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운명을 간절하게 그려냈다는 점이었다.

 

많은 일을 겪었던 주인공들을 보면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다른 곳에 있어도 늘 생각나고, 같이 있으면 힘든 것을 알지만 많은 것을 포기하고 아주 작은 행복에도 웃을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생긴다. 사랑만큼 돈으로 살 수도 없고 자기의 마음을 자기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 또 있을까? 안신과 양루이를 보면서 함께 하기에는 너무 많은 아픔을 지니고 있고 타이밍이 좋지 않아 엇갈리기만 하는 두 사람의 사랑이 가슴 아프다. 바람둥이였던 양루이는 이 여자를 통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덜어내고 오직 사랑만을 위해 희생하려 하고 그의 진심을 그의 사랑을 받은 안신은 너무 과분해 행복해할 여유조차 없다.

 

“양루이는 절대 날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당신이 아는 내 모습은 전부 진실이 아니에요. 나는 당신이 바라는 그런 순진한 여자가 아니에요. 아주 복잡한 사람이에요. 나쁜 일도 많이 저질렀어요. 나에게는 골치 아픈 일들도 많아요. 나는 정말 당신이 바라는 여자가 아니에요.” -p100 이 이야기를 통해 안신은 양루이를 사랑하지만 죄책감을 느껴 나름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베일에 감싼 느낌을 받은 양루이는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한다.

 

책을 읽다보면 웬만한 드라마나 영화 보는 것처럼 상황이 바뀌면서 몰입도도 높아진다. 처음에는 안신의 정체가 뭔가 싶어 집중하고 읽다보면 마오졔와 언제 마주칠지 불안한 마음으로 읽어야 했고 양루이와 안신은 어찌되는지에 빠지게 된다. 중간 중간 비춰진 중국의 사회적인 배경이나 속안의 사정을 조금이나마 아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여러모로 잘 어우러진 소설이라 오랜만에 중국소설을 재밌게 읽었고 중국 소설은 암울하기만 하다는 편견을 깨우친 소설이기도 했다.

 

인생이 자신의 마음대로 흘러가진 않지만 안신을 보면서 어찌 저리 꼬였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살아보니 한 사건이나 행동으로 인해 인생 전체가 틀어지는 경우를 과장되었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작가가 책머리를 시작할 때 여성들에게 바치고 모든 여성들이 행복해졌으면 한다는 글이 있는데 다 읽고 나서 그 부분을 다시 펼쳐보니 작가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었다.

 

2010.03.botongs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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