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걸어요
문도연 지음 / 이야기꽃 / 2022년 3월
평점 :

이 그림책은 "걸어요."라는 짤막한 문장과 함께 한 사람이 길을 가고 있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어딜 가고 있는 것일까? 국토대장정? 아니면 산티아고 순례길? 여하튼 어떤 길을 가든 간에 등산스틱, 챙이 넓은 모자, 든든해 보이는 빨간 가방까지 챙겨 길을 나서는 것을 보니 단단히 준비를 하고 나선 듯하다.
혼자 묵묵히 걸어가던 주인공은 하얀색의 복슬복슬한 강아지를 만나 함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산으로, 들로, 강으로, 숲속으로... 계속해서 걸어나간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돌다리도 건너고, 갈대숲을 지나기도 하고, 지나가던 사람과 인사를 나누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걷는다. 모닥불을 피우고 잠시 쉬었다 가기도 하고, 힘들면 서로 업어주기도 하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열심히 걷는다. 과연 둘은 끝까지 함께 했을까? 긴 여정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이 그림책을 보면서 god의 '길'이라는 노래가 생각이 났다. 내가 가는 이 길이 과연 맞는 곳인지, 그 끝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계속 걸어간다는 노랫말이 이 책과 무척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삶은 외로움과의 싸움이다. 나의 삶을 누군가가 대신 살아줄 수 없고, 사는 게 귀찮고 힘들어도 혼자 꿋꿋하게 이겨내야 한다. 인생이라는 외로운 길을 끊임없이 걸어가야 한다. 혼자 감내하며 걸어가야 하는 길이지만, 옆에 누군가가 함께라면 조금은 덜 힘들 수 있다. 그 누군가는 반려동물일 수도 있고 가족, 혹은 친구일 수도 있다. 이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같이 걷다가 두 갈래의 길이 나오면 잠시 헤어지기도 하고, 또 다른 동반자를 만나기도 하고, 또 걷고 걷고...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계속해서 걸어가야만 하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인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문득 나의 인생은 어떤 길일까 궁금해졌다. 평평하고 반듯하게 길이 잘 나있는, 가끔 화사한 꽃도 보이는 예쁜 산책길일까? 아니면 발에 물집이 잡히도록 험한 등산길일까? 요즘같이 일에 지치고 힘들 때는 울퉁불퉁한 자갈밭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에는 잠시 쉼터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가끔 숨이 턱턱 막히고 걷는 게 힘이 들 때는 이 책을 펼쳐보며 쉬었다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쉼표를 주는, 마음을 탁 트이게 만들어주는 좋은 그림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