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성 을유사상고전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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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과 젠더 연구, 여성학의 혁명적 초석

#도서협찬

1. 1,027쪽의 방대한 분량이지만, 을유의 뛰어난 편집과 디자인이 돋보인다. 쥐고다니며 읽기좋을 정도의 볼륨감에 표지의 부드러운 종이질감. 더불어 작은 활자들이 페이지 빼곡히 배치된 본문이지만, 편안한 가독성을 선사해준다(실제 구입해서 읽어보시면 안다). 표지의 보부아르의 초상사진 또한 인상적이리만치 부드럽고 고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성을 규정해오던 사회적 고정인식에 대한 해방과 인식의 혁명을 이루어낸 위대한 인간이 갖는 위엄을 느끼게 해준다.

2. 보부아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오랫동안 여성과 페미니즘에 대해 연구해온 옮긴이의 내공과 정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번역문이 속도감있게 쉬이 읽혀진다. 1,000여 쪽의 문장들을 읽어가는데 어려움을 거의 못 느낄 정도로 만족스럽다.

3. 보부아르는 여성이 왜 남성처럼 주체가 되지못하고 타의 또는 자의에 의해 <타자>로 고착되어왔는지에 대해, 실존주의 철학의 관점에서 <원시사회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여성의 상황>을 크게 1)사실과 신화 2)체험으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3-1. 먼저 사실과 신화는 1)운명 2)역사 3)신화로 세분되어 설명되고 논증된다. <운명>에서는 생물학과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의 자연주의적 결정론을 비판하고, <역사>에서는 여자의 예속과 복종을 기술과 사유재산을 통해 설명하는 유물사관적 관점도 거부한다. <신화>에서는 '여자는 남자가 규정하는대로 자신을 인식'하고 '남자가 민들어놓은 꿈과 신화'에 답하려고 노력하게되었다며, 진실의 이름으로 이 신화들의 <여성 타자화>를 신랄히 공격한다.

3-2. 체험 부분에서는, '여자란 (사회와 남자에 의해) 만들어지고 타자와 객체가 되는 존재'라는 보부아르의 대명제가 다음과 같이 갈래나뉘어 촘촘히  예증되고 탐구된다. 1부 <형성(유년기/젊은 처녀/성 입문/레즈비언)>을 시작으로 2부 <상황(결혼한 여자/어머니/사교생활/매춘부와 고급창녀/성숙기에서 노년기로/여자의 상황과 성격)>을 거쳐 3부 <정당화(나르시시즘의 여자/사랑에 빠진 여자/신비주의 여자)>에 이르기까지, <여자되기> 또는 <여자의 타자화>의 전 영역이라 할 만하다.
  동성애에 관해서는 '상황에 맞게 그리고 자유롭게 선택된 하나의 태도'라는, 충격적이라 할 만한 인식의 관점을 제시한다. <여자되기>의 종착점이라 할 수 있는 결혼제도를 통해서는 여성을 모성이라는 굴레에 가둬놓는 남자(남편) 그리고 가부장제의 위선을 통렬히 비판한다.

4. 마지막 <해방을 향해>에서는 여성들의 집단적인 변화의 필연성과 더불어 사회적 경제적 주체성 획득을 촉구한다.

5. 읽는 내내 70년 전의 개인적, 사회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도 가히 혁명적이었던 이 일종의 학술적 선언서는,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과 사회, 국가가 여성들을 인식하고 규정하는 관점을 들여다보고 고민하고 반성할 때도 강력한 규준으로서의 힘과 교과서로서의 효력을 여전히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절판되어 구하기 힘들었던 페미니즘의 고전 <제 2의 성>을 우리 곁에 두고, 여자로부터 나온 우리 모두가 <여자가 겪어온 타자화와 객체화의 면면들 일체>를 차분하고 진지하게 들여다볼 소중한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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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S.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 전2권
스즈키 히데미 지음, 이현정.주상희 옮김 / 풍월당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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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자들은 물론 바흐의 첼로모음곡을 좋아하는 분들은 무조건 보아야 할 흥미롭고 묵직한 해설집과 악보집. 스즈키 첼리스트가 필생의작업으로 펴낸만큼이나 풍월당의 뚝심있고 철학있는 출판철학 또한 존중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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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씨앗 창고 -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 이야기
캐리 파울러 지음, 허형은 옮김, 마리 테프레 사진 / 마농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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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발바르의 동토에 떨구어진 한알의 씨앗. 씨앗창고가 마치 그렇게 느껴진다. 사진들만 보아도 인간들이 걸어온 길이 이렇게 모든 걸 망가뜨려놨구나... 하면서도 한줌의 희망을 보게된다. 프로젝트 자체도 기발하고 존경스럽지만, 이 북펀프를 성공시켜낸 마농지에게도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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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 어느 포로수용소에서의 프루스트 강의
유제프 차프스키 지음, 류재화 옮김 / 밤의책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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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음반가게 풍월당에서 문학깊이읽기 기획으로 내놓은 밤의책. 10여년을 쌓아온 만만찮은 저력이 반영된 브랜드북. 먼저 옮긴이의 말 <프루스트의 구조,두 개의 바닷물>부터 읽어보시라. 문학의 대산맥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할 에너지가 즉시 충전된다. 한마디로 어마어마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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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사악하고 더없이 관대한 - 인간 본성의 역설
리처드 랭엄 지음, 이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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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사악하고_더없이관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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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설 #성악설 #진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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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1
인류의 기질적 특성에 관한 한 우리는 흔히, 태생적인 기준에만 근거한 성선설이나 성악설 등의 이분법적 접근에 익숙하다. 그러나 어떤생명체건 오직 하나의 기질, 특성으로만 정의될 수 없다는 건 자명한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책의 제목에서 드러내고 있듯, 인류 또는 인간의 한없이 <사악>하면서도 더없이 <관대>한 이중적, 모순적 기질의 역설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 것일까?
인류의 진화를 통해 나타난 <도덕>과 <폭력성>이라는 이중적 본성은 어떤 이유로,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인류에게 극대화되어 획득되어진걸까?

#2
저자는 야생동물 또는 인간에 의해 길들여진 여러 동물들, 소수집단, 기타 사례 등을 옮겨다니며 <스스로 길들여지기>라는 새로운 진화적 개념을 제시한다. 이 개념은 개체나 집단의 평화나 공존 또는 이익을 위해 <반응적 공격에 대항해 (진화적으로) 행한 선택>이다. 그 선택으로 발생한 진화생물학적 특성은 공격성의 감소, 머리의 흰 반점,흰발, 작은 신체-두개골·얼굴·턱·이빨·뇌, 섹스와 번식, 동성애 등 여러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비교되는 생물종으로는 침팬치와 보노보,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 개와 늑대 등이다.

이 지점에 이르면, 사육동물처럼 외부적 요인의 압력이나 영향력이 비교적 없는 인류(호모 사피엔스)의 경우, 어떤 외부적 선택압력이나 내부요인이 작용했길래 상호 모순적이라 할만한 평화적 <길들이기 증후군>과 전쟁으로까지 광포화되는 <폭력>을 극대화해 선택하게 되었는 지가 궁금해질 수 밖에 없게된다.

#3
열쇠를 찾기 위해 먼저 침팬지와 보노보를 비교해가며 야생에서 <스스로 길들이기>된 사례에 대해 탐구한다. 두 종의 폭력성의 정도를 구별짓게 한 주요 요인은 콩고강 북단과 남단이라는 <자연환경>과 그에 따른 <경쟁적vs공존적 공동체 문화의 형성>이 다. 인류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는 공존적 선택을 한 종이다.

그리고 <스스로 길들이기>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유형화(幼形化)>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는 어릴 적 종특(종의 특징)을 성인이 되어서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 유형화는 내부 공동체를 가급적 평화롭고 공존적으로 유지하기 위하누진화적 선택이다. 덧붙여 유대강화와 사회적 놀이로서의 <동성애>, 그리고 폭군과 범법자들을 제어,제거하기위한 <약자적 연대>, <사형제도> 등의 법체계,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에 대한 진화 등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진화 과정에서 선택한 이런 개념들 내부에도 얼마든지 폭력성이 있지만, 여기까지는 주로 <더없이 관대한> 인간의 속성에 관한 진화생물학적인 개념들이다. 작은 공동체 규모의 <내부적> 영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선택인 것이다.

#4
다음으로는 <한없이 사악한> 속성에 관한 것만 남게된다. 일개 공동체가 외부로의 확장을 원하거나 소규모 집단 간의 이익이 맞아 떨어질 때, 압도적인 힘과 폭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해주는 <연합>, 그리고 마지막으로 잔혹하고 냉정하기 이를 데 없는 최고의 폭력 <전쟁>이다. 인간이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렬하고 선명한 대비의 선과 악>을 한 몸과 마음안에 담고 있는 키메라적 존재임에 지적 구미가 당긴다면, 그리고 더 자세한 이야기와 사례,연구에 대해서 알고싶다면 책읽기를 강력히 권한다.

#5
일다보면 중복되는 사례 제시나 나열 등이 많아 좀 거슬린다. 도표나 도식, 사진이 전무해 이해를 종합해보는 데 어려움을 겪게되기도 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종횡무진 흥미진진하다. 마치 무협지처럼 각 종種의 진화적 선택들 사이를 누비며, 인간의 평화성과 잔혹한 폭력성의 양면에 대해 탐구해가는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자기 길들이기>와 <연합>이라는 새로운 진화생물학적 지평을 알게해준 리처드 랭엄, 좋은 책을 소개해준 을유문화사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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