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베이터 - 창의적인 삶으로 나아간 천재들의 비밀
월터 아이작슨 지음, 정영목.신지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열 살 무렵 처음으로 컴퓨터를 만졌고, 스무 살이 한참 넘어서야 PC통신이란 걸 접해본 기억이 있는 나는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기계치가 맞다. 인터넷 서핑은 좋아하지만 전자, 전기 분야의 용어는 도무지 알아먹질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바로 수많은 컴퓨터 부품들의 이미지가 바로바로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것 역시 인터넷이 해결해주었다 늘 그렇듯이)

그런 내가, 야간 근무 때문에 잠들 때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한 딸아이와 페이스타임으로 화상통화를 하고, 트위터를 통해 정치적 견해가 나와 유사한 친구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약간의 용기와 시간만 허락한다면 조금 전까지 가슴 벅차게 읽었던 책에 대한 소감을 불특정 다수에게 불쑥 공개하는-이 책을 읽고 생각해보니 과연 일종의 출판이다!- 것을 가능하게 해준 인물들의 이야기라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고 소문으로 듣기에 월터 아이작슨은 그 이야기를 제대로 들려줄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였다.

방대한 분량과 수시로 인터넷 검색을 요하는 전문용어의 잦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흐름을 잡아나가는 데는 큰 무리가 없으며, 무엇보다 책의 곳곳에 포진한 탁월한 인물평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나 같은 IT 문외한의 입장이라면 수십 명의 위대한 IT 혁명가들의 전기를 솜씨 좋게 교차 편집한 책으로 이 책을 읽으면 꽤 만족스러울 것이다.

소수의 권력층에게 집중되는 특권이 아닌 다수의 사람에게 최대한 공정하게 보장되는 권리, 뛰어난 한 사람의 공으로 당연시되는 것이 아닌 협업의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 끝없는 논쟁과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끝내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바로 그 모습으로 방향을 틀어가며 진화를 거듭해온 역사가 바로 개인 컴퓨터와 인터넷의 정신이다. 그리고 미래는 과학에서 예술의 아름다움을, 예술에서 과학의 정확함을 포착해낼 수 있는, 예술과 과학의 교차점에 정확히 서는 이에게만 그 주인공 자리를 허락하게 될 것이다. 진정, 기계치가 매료될 만한 '인문의 정신' 아닌가! 책을 덮고 나면 누구든 과학과 예술의 교차점 근처에라도 간절히 가보고 싶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이란 걸 손에 쥔 이후 지난 몇 년간, 나같은 사람에게도 기꺼이 이 세계의 문을 열어준 미지의 IT혁명가들에게 남몰래 경의를 품었었다. 그들을 한자리에 불러내어 존경받아 마땅한 열정과 패기는 물론 대책없는 어깃장과 실없는 농담 한 자락까지 슬며시 엿보게 해준 저자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신들이 꿈꾸었던 세상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IT혁명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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