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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 퓰리처상 수상 작가가 묻고 세계의 지성 100인이 답하다
윌 듀런트 지음, 신소희 옮김 / 유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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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계속 살아야하나요?”

어느 날 갑자기 한 미국의 철학자를 찾아온 남자는 이렇게 물었다. 자신에게 살아야할 이유를 말해 줄 수 없다면 자살하겠다는 날카로운 말과 함께 말이다. 집 앞에서 낙엽을 긁어모으고 있던 철학자는 나름대로 일을 구해보라든가 맛있는 음식을 먹어 보라든가 하는 조언을 해주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벼랑 끝에 서있는 남자에게는 그게 삶의 이유가 되지 못했다.

그 후, 그는 깊은 생각에 빠진다.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 고통 받는가.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를 살게 하는 건 대체 무언가. 당시 그가 살고 있던 시대는 격동의 시대였다. 구원과 진리를 위한 수단이었던 과학에게 배신당했던 시기였고, 그 과학이 진보와 함께 새로운 절망을 가져다주었던 시기였다. 과학이 만들어낸 기술은 인간의 자리를 뺏고 무기가 되어 많은 이들을 해쳤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인간은 우주의 먼지이자 분쟁을 일으키는 지구의 바이러스일 뿐이었다. (1930년대 미국이 대공항으로 혼란스러웠던 것도 한 몫 했을 거다.) 오히려 그래서 듀런트는 펜을 들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개개인이 왜 살아야하는지 알기 위해. 그리고 그렇게 이어지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기 위해 말이다.


존경하는 OO님께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저와 철학 게임을 해 보시겠습니까?

저는 우리 세대가 과거 어느 세대보다도 간절히 묻어 싶어 하지만 결코 대답하지 못할 것 같은 질문을 하나 제시하려 합니다.

인생의 의미 혹은 가치는 무엇일까요?(...) 당신에게 삶은 어떤 의미인지, 무엇이 당신을 계속 살아가게 하는지,

당신의 영감과 활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며 당신을 노력하게 만드는 목적 혹은 원동력은 무엇인지.

당신은 어디에서 위안과 행복을 구하는지,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궁극적 가치는 무엇인지.(...)

당신의 한마디 한마디가 제게 무척 소중합니다.

존경을 표하며

윌 듀런트 드림

철학적인 질문을 담은 편지는 세계 각국에 발송된다. 수신자는 그 시대를 살고 있던 약 100명의 지성인. 편지를 받은 지식인은 하나둘씩 미국으로 답신을 보내온다. 각각의 삶과 철학이 담긴 답변에 감명을 받은 그는 차분히 자신의 답을 써 내려간다. 윌 듀런트의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는 그렇게 모인 100인의 편지와 저자인 듀런트의 서신을 엮은 책이다.


책이 담고 있는 100인의 편지는 각각의 비슷하지만 다른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문인, 교육자, 음악가, 과학자, 배우, 종교인 등 셀럽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의미와 가치를 제시한다. 선한 삶 그 자체로 직결되는 지적 노동, 불안을 잠재워줄 만큼 좋아하는 일, 소중한 대의 등 각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가치들이 가득하다.

물론 그 외에 회의론자들의 휘갈긴 답장도 존재한다. ‘내가 그딴 걸 어떻게 아느냐.’는 식의 답은 허무하면서도 조금은 인간적이기도 하다. 감옥에서 종신형으로 수감 중인 죄수의 편지도 있다. 감옥에 갇혀 모든 가능성을 차단당한 채 살아가는 인간의 편지는 놓치지 말고 읽어봐야 할 부분이다. 아마 일상에서도 절망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읽어 볼 만한 답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

내게 인생은 부단히 앞으로 움직이는 강과 같습니다.

소용돌이도 있고 역류도 있겠지만,

강줄기 자체는 계속 나아가는 것이지요.

"


<내가 왜 계속 살아야합니까> P.170

모든 서신을 읽은 듀런트는 다시 한번 펜을 들어 편지를 썼다. 여태까지 왔던 100개의 의견을 정리하고 본인의 생각을 덧붙인 것이다. 꽤 긴 글을 써내려간 그는 마지막에 수신인을 초대하는 것으로 편지를 마무리 짓는다. 이 구성은 독자들이 다시 한 번 질문을 곱씹게 만든다. ‘나’를 살게 하는 게 무엇인지, ‘나’를 노력하게 만드는 목적이나 원동력이 무엇인지, ‘나’의 소중한 궁극적 가치는 무엇인지. 만약 윌 듀런트와 이야기를 나눌 때 ‘나’는 뭐라고 말 할 수 있을지.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의 진가는 여기에서 나온다.


가벼운 힐링 서적을 읽으며 소비적인 치유만을 해왔다면 한 번쯤은 듀런트가 보내온 편지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하나의 답이 아닌, 다양한 삶의 태도와 의미를 전해주는 편지를 통해 ‘내 삶’에 대한 철학적인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듀런트의 편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 당신의 영감과 활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며 당신을 노력하게 만드는 목적 혹은 원동력은 무엇인지. 당신은 어디에서 위안과 행복을 구하는지.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궁극적 가치는 무엇인지.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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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개발자의 거의 모든 것 - 개발자를 꿈꾸는, 개발자로 일하는, 개발자와 일하는 모든 이를 위한 실용 지침서
이병덕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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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기술의 시대다. 스마트 워치, 샤오미 미밴드 같은 보조 기계를 포함하여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 무인 계산기 등등 기술은 우리의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심지어 기술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공급 또한 거기에 맞춰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모바일 게임 또한 점점 발전하는 것이 눈에 띄게 보일 정도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부분이 있다. 이 모든 과정에는 개발자들의 손길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어쩌면 개발자의 길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인지도 모른다. C언어니 자바스크립트니 어려워 보이는 컴퓨터 언어를 뚝딱해내는 모습이나 맡은 프로젝트를 통해 훌륭한 결과물 하나를 만들어내는 그들의 끈기와 보람은 충분히 환상을 가질만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환상만을 가지고 개발자의 길에 들어갈 수는 없다. 환상은 환상일 뿐이고 애초에 비전공자라면 진입장벽이 높아 선뜻 들어가기 어렵다. 설령 전공자이거나 관련 과정을 수료하게 되더라도 이 길이 본인에게 맞는 건지 몇 번이고 생각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관심은 있지만 어떻게 정보를 찾아야 할지를 몰라 현재 개발자들의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들어가면 무슨 일을 하게 되는 건지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거다. 다행히도, <IT 개발자의 거의 모든 것>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현재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IT 개발자에 대한 정보를 두 파트로 나누어 담았다. 신입 개발자 보통의 일상부터 입문자가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정보와 IT 업계가 지닌 문제점까지 하나하나 집은 입문편과 거기에서 조금 더 들어가 IT시장의 현황과 자본 흐름, 그리고 IT 분야의 다양한 기술직군 등을 소개하며 이제 ‘어떤’ 개발자들이 있는지, 이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말하는 심화편이다. 


두 파트 모두 흥미롭지만 조금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심화편이다. 입문편이 신입 개발자가 겪게 될 상황과 그게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를 파악하고 전체적인 프로젝트 과정과 그 구조를 알았다면, 심화편은 독자들에게 IT 시장현황을 제시하며 개발자로서 어떤 포지션을 택할 건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또한 저자는 게임 개발, 웹 개발, 하드웨어 제품 개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처음 개발을 접하는 사람들이 알기 쉽게 차근차근 설명하기 때문에, 단계마다 무슨 일을 하는지 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입문자이거나 개발자와 일하게 될 사람이라면 상당히 유용할 내용이다.




“개발자는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

p.226”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행복해질 수 있는 직업이라고,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말한다. 꿈만 꾸었던 것을 눈앞으로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개발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어 말한다.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코딩력’보다는 ‘상상력’이라고 말이다. 상상력이 있고, 아이디어가 있고, 꿈이 있어야 그것을 구현하는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건이 스마트 해지는 건 기술 덕분이지만, 그 이전에 ‘무엇’을 ‘어떻게’ 스마트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베이스가 없으면 기술은 무용지물이라는 말이다. 개발자에게는 중요한 조언이자 비전공자인 인문학도들에게는 희망을 주는 말이다. 만약 꿈을 직접 조각하고 있거나, 지금부터라도 조각칼을 잡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 책을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새로운 가능성에 가슴이 두근거릴지도 모른다.




꼭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개발자라는 직종에 대해 궁금한 사람, 혹은 현장에서 개발자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부디 앞으로 우리나라에 풍부한 가능성을 가진 강력한 개발자들이 출현하기를 바란다. 또한, 개발 본연의 창의적이고 기술적인 노동력이 제 가치를 인정받기를 바란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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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X 라이프스타일 - 당신의 취향이 비즈니스가 되는 곳
정지원.정혜선.황지현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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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는 알고리즘의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당장 유튜브 피드만 봐도 우리가 평소에 어떤 것에 관심이 있었고 어떤 영상을 주로 보는 지를 알 수 있습니다. 쇼핑몰이나 음악 앱에서도 하나만 서칭하면 이런 건 어떠냐며 몇 개 띄워주기도 합니다. 프로그램이 우리의 취향을 분석하고 추천해주기 때문입니다.

알고리즘이 사람들의 취향을 모아 분석해준다면 이제 그 니즈를 어떻게 채우고 제공하는가는 우리의 몫일 겁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캐치한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그 적절한 밸런스 위에 도쿄만이 가진 섬세함이 얹어진 기업들. <도쿄 x 라이프스타일>은 비단 위 꽃 중에서도 한 번 더 고른 브랜드를 담았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생각하는 ‘보통’은 모두 각각입니다.

당신의 보통을 가르쳐주세요.

미라이쇼쿠도는 당신의 보통을 만듭니다.

<도쿄 x 라이프스타일> p. 67

이들은 브랜드 마케터인 저자들이 사랑하는 만큼 독특함과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각자 '이런 삶은 어떤가요?'하고 내미는 것들은 도쿄에 가보지 않았는데도 머릿속에 도쿄만의 분위기가 그려질 정도입니다. 그 중에서도 이전의 보편적인 것이 아닌, 나만의 취향을 중요시하는 트렌드를 '식습관'이라는 라이프스타일과 연결지여 잘 녹여낸 미라이쇼쿠도는 필자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습니다. '보통'의 식사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 '미라이쇼쿠도'는 식사로 각자의 '보통'을 만듭니다. 친절하지 않으면 바로 컴플레인이 들어오는 다른 식당과 다르게, 미라이쇼쿠도 주인은 먼저 살갑게 웃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자신의 보통을 위해 오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더불어 문 앞에 붙어진 기분 좋은 말들까지 말입니다.



미라이쇼쿠도 이외에도 눈여겨 볼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세계가 던지고 있는 '어떻게 일할 것인가'라는 이슈에 주목하여 회사라는 공간을 다르게 정의한 '베이스큐', 기성세대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주며 세계 뮤지션들에게도 유명한 가게가 된 '왈츠', 바리스타가 아닌 소믈리에 개념을 도입하여 고객들이 직접 원두를 고르고 알맞게 추출할 수 있도록 해준 '커피 마에야'. 이전의 당연했던 '보편'을 풀어 현재에 맞게 적용하거나 취향을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수렴하면서도 모두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새로운 '보편'을 만들어가고 있는겁니다. 이쯤되면 브랜딩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도쿄만의 브랜딩을요.

성공하는 마케팅의 핵심은 ‘현재성’에 있다.

변화의 속도나 강도가 남다른 지금, ‘우리가 대체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가.’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세밀한 관찰과 날카로운 판단이 필요하다.

<도쿄 x 라이프스타일> p. 112

뿐만 아니라 마케터들 답게 <도쿄 x 라이프스타일>은 마케팅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조언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는 변화를 관찰하며 우리가 어떤 세계에서 사는지, 고객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어떤 가치관과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아야한다고 합니다. '고객들이 어떤 가치관과 불만을 가지고 있는 지.' 부분에서는 '오아시스 라이프 스타일 그룹'에서 내놓은 워크웨어가 가장 좋은 예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아시스 그룹은 "수트로 보이십니까? 작업복입니다." 라는 카피를 내세워 작업복을 남들에게 보이기 불편해 하는 일본 현장 근로자들의 고민을 해결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중 '직업'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이 가진 불만의 본질을 꿰뚫어본 것입니다. 마케터는 단순히 문화를 넘어 당사자의 인식까지 세심하게 귀 기울일 줄 알아야한다는 중요한 조언입니다.

취향은 사람을 모으는 힘이 있다.

<도쿄 x 라이프스타일> p.186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감각을 통해 비즈니스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도쿄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했습니다. 본문이 충분히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지만, 저자가 마지막까지 정성껏 쓴 에필로그는 그 주장에 더 힘을 실어줍니다. 트렌드 없이, 본인들만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록 일본의 만행으로 국내에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일고는 있지만 한 번쯤 도쿄의 이야기를 들춰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취향'을,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곱하여 브랜드만의 매력으로 만들 수 있는가. '본질'에 집중할 것인가, 소셜과 취향을 합쳐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공간으로서 존재할 것인가, 아니면 관점을 전환해 의외성을 노려볼 것인가. <도쿄 라이프스타일>은 그 답과 독자들이 사유할만한 문장들을 담고 있습니다. 마케터, 특히 브랜드 마케터를 꿈꾸는 분들이라면 한 번 쯤 책을 통해 도쿄를 방문하는 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라이프스타일이 생활양식뿐만 아니라 개인의 특성, 생각, 가치관까지 포함한다는 점이다. 입고, 먹고, 머물 대상을 선택하는 행위 자체에 각자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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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을 꿈꾸는 너에게 - 네가 있어야 할 곳을 끝내는 찾아내기를
박가영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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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한국이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남들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할 때잘못된 걸 잘못되었다 했을 뿐인데 조직 내 분위기를 흐렸다는 욕을 먹을 때왜 너는 꾸미고 다니지 않느냐며 물어올 때 등 숨이 턱턱 막힐 때가 많습니다그럼 이제 왜 여기는 나를 존중해 주지 않을까.’, ‘왜 아무렇지 않게 외모 지적을 하고 나이를 물어보며 서열을 정하나.’, ‘이렇게나 좁은 곳에서 왜 누군가를 밟으며 아등바등 살아야 할까.’ 같은 생각만이 가득 차오릅니다왜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냐는 자기혐오가 따라오는 건 당연하고요이런 크고 작은 이유는 흐르고 흘러 한국이 싫어서.’라는 결론에 닿기도 합니다. <이민을 꿈꾸는 너에게작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한국이 싫어서한국이라는 사회와 맞지 않아서 이민을 결심했던 작가는 소심하고 이해받지 못하는 박가영이 아니라 호주 멜버른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거쳐 레스토랑 CEO ‘앨리스로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이민을 꿈꾸는 너에게속 앨리스는 편지를 띄우며 시작합니다짧은 자기소개부터 왜 이민을 선택했는지화려하게만 보였던 이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같은 앨리스의 자기개방은 한국과 호주만큼 멀었던 마음의 거리를 확 좁혀줍니다더욱이나 이민이라는 선택지를 생각하고 있는네 세상에 만족스럽지 않은 너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 하나하나는 많은 고민을 했을 예비 이민자들이나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따스함을 가져다줍니다이렇게나 네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종이 너머로 절절히 묻어나오는 이유는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다음 장에서 계속 이어질 앨리스의 이야기가 차갑고 황량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호주에서 행복하다는 앨리스는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했다고 말합니다호주에서도 한국에서도 자신은 꾸준히 알바몬으로 일했지만한국에서는 일하는 보람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요심지어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었던 일들은 타인이 봐도 경악스럽기 그지없습니다학부모가 밤늦게 전화해서 네가 감히 우리 딸한테 그러느냐며 화를 냈던 것사무보조 회식 때 차장이 도우미인 줄 알고 껴안았던 것 등등. (심지어 이 차장은 알바가 너무 치마를 짧게 입은 탓이라며 끝까지 변명했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호주에서는 힘든 만큼 떨어지는 게 있었다고 합니다요리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눈앞이 노래지도록 부엌에서 일하고 힘들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도 했고 자기 역할이 확실했기 때문에 오히려 재미있게 버틸 수 있었습니다.

 

  호주가 작가에게 특별해진 건 비단 그것뿐만은 아닙니다퇴근 후 트렁크에서 서핑보드를 꺼내 파도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가득한 바닷가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호주 사람들은 작가가 호주 이민을 결심하게 된 계기입니다한국에서 취미를 가진다는 게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인지는 아마 대부분이 공감하지 않을까싶습니다시간을 쪼개서 개인 시간을 만든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그러나 호주에서는 그게 당연합니다칼같이 퇴근해서 차를 몰고 근처 바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뒤 노는 게 일상인 겁니다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상이 당연시되는 나라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작가가 마냥 호주 찬양만을 하는 건 아닙니다작가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마따나 그가 직접 겪은 힘든 현실이나 문화 차이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불편함을 예시로 들며이민으로 새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이 필수로 인지해야 할 문제들을 일깨웁니다비싼 의료서비스불편한 행정한국과는 현저히 다른 일 구하기까지 가지각색입니다이외에도 워킹 홀리데이 사례 중 어떤 실패사례가 있는지이민권 취득 과정 중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이민 왔는데 나라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 역이민 사례라든지 단순히 호주가 좋다.’가 아니라 나는 이런 게 좋았고 운도 어느 정도 맞았지만너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를 강조합니다당근과 채찍이 나누어져 있는 게 아니라채찍에 당근을 달아놓은 느낌입니다.





  그래도 이 따스한 작가는 마지막까지 꾸준히 상냥합니다이민을 생각하는 사람들 이외에도 그저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도 말을 건넵니다어떤 거라도 해보자고무언가를 바꾸려는 네 모든 시도를 응원한다고어찌 보면 그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할 말을 해주는 겁니다. <이민을 꿈꾸는 너에게>가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이런 상대방에게 필요한 말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는 마지막 인사 때문일지도 모릅니다이민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혹은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이런저런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걸 추천합니다.

 

한국에서 서핑이라는 취미를 갖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내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서핑을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을 포기해야할까. (중략) ‘삶의 질’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삶의 질이라는 게 더 비싼 걸 먹고, 더 좋은 차를 타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는 편안함과 풍요로움이란 걸, 그때 처음 알았어. - P210

굳이 이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일 필요는 없어. 너를 발견하고 싶다면 널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바꿔보거나 다른 작은 도전들을 해야 해. 사소한 일이라도 계속 도전하고 변화해보자. 그 도전 때문에 네가 세게 넘어지고 힘이 다 빠졌다고 해도 게임이 끝난 건 아니야.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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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 독립근무자의 자유롭고 치열한 공적 생활
서메리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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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190502_191816071.jpg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는 작가의 고민이 가득 담긴 프리랜서의 생존에 대한 에세이 입니다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 밖의 냉정한 현실과 독립 근무자로서 먹고사는 고충을 이야기하며 흔히들 프리랜서에게 가지는 환상을 부수는데, 그 부서진 환상을 채우는 건 조직 생활을 버티지 못한 자신이 잘못된 건가 하는 자괴감과 공백기에 대한 불안감이걸로 먹고 살 수 있을까 라는 불안전함 등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는 감정들로 가득합니다.

 


이어서 4대 보험이 없으면 힘들어지는 금융권 문제엄한 문지기가 서 있는 것 같았던 취업 때와는 다르게 들어갈 문조차 보이지 않는 프리랜서운 좋게 들어갔지만 전문적인 사람들이 가득한 프리랜서 시장에서 어떻게 꾸준히 살아남을지에 대한 고민까지 외면하고 싶지만 결코 그럴 수는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도 등장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절망적인 이야기만 가득한 건 아닙니다프리랜서 선배로서 진심 어린 조언들도 가득합니다어떤 선택이든결코 자신을 미워할 필요가 없다고, 파워 블로거나 SNS 스타가 아니더라도 날 알아봐 줄 사람이 한 명만 있으면 된다고 말입니다. 더불어 기회는 많다, 자신이 맡은 일을 놓지 않는 책임감과 인내심이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따스한 말은 작가의 귀여운 그림체와 재치 있는 네 컷 만화들과 만나 예비 프리랜서들에게 상자 안에 숨어있었던 희망을 끄집어내게 합니다.



책의 마지막에는 독립 근무자를 위한 체크리스트가 준비되어 있습니다날개 쪽에는 회사 체질인지 아닌지에 대한 간단한 체크를 할 수 있게끔 되어있기도 합니다마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독자들을 위하는 작가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프리랜서를 꿈꾸는 사람프리랜서를 꿈꿨던 사람그리고 평소에도 나는 회사 체질이 아닌가?’ 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읽어봐야 하는 책. 저처럼 아직 방황하는 취준생에게도 두루두루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내 인생이 괴로운데, 당사자인 내게 이것보다 더 크고 중요한 문제가 어디 있단 말인가? 고민의 흐름이 여기까지 미쳤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의 규모나 업계, 업무의 성격과 관계없이 비슷한 성격의 괴로움을 느낀다면, 나는 특정한 회사가 아니라 회사라는 조직 자체에 맞지 않는 사람인 게 아닐까? 한마디로 ‘회사 체질’이 아닌 것 아닐까?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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