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을 꿈꾸는 너에게 - 네가 있어야 할 곳을 끝내는 찾아내기를
박가영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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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한국이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남들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할 때잘못된 걸 잘못되었다 했을 뿐인데 조직 내 분위기를 흐렸다는 욕을 먹을 때왜 너는 꾸미고 다니지 않느냐며 물어올 때 등 숨이 턱턱 막힐 때가 많습니다그럼 이제 왜 여기는 나를 존중해 주지 않을까.’, ‘왜 아무렇지 않게 외모 지적을 하고 나이를 물어보며 서열을 정하나.’, ‘이렇게나 좁은 곳에서 왜 누군가를 밟으며 아등바등 살아야 할까.’ 같은 생각만이 가득 차오릅니다왜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냐는 자기혐오가 따라오는 건 당연하고요이런 크고 작은 이유는 흐르고 흘러 한국이 싫어서.’라는 결론에 닿기도 합니다. <이민을 꿈꾸는 너에게작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한국이 싫어서한국이라는 사회와 맞지 않아서 이민을 결심했던 작가는 소심하고 이해받지 못하는 박가영이 아니라 호주 멜버른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거쳐 레스토랑 CEO ‘앨리스로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이민을 꿈꾸는 너에게속 앨리스는 편지를 띄우며 시작합니다짧은 자기소개부터 왜 이민을 선택했는지화려하게만 보였던 이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같은 앨리스의 자기개방은 한국과 호주만큼 멀었던 마음의 거리를 확 좁혀줍니다더욱이나 이민이라는 선택지를 생각하고 있는네 세상에 만족스럽지 않은 너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 하나하나는 많은 고민을 했을 예비 이민자들이나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따스함을 가져다줍니다이렇게나 네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종이 너머로 절절히 묻어나오는 이유는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다음 장에서 계속 이어질 앨리스의 이야기가 차갑고 황량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호주에서 행복하다는 앨리스는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했다고 말합니다호주에서도 한국에서도 자신은 꾸준히 알바몬으로 일했지만한국에서는 일하는 보람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요심지어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었던 일들은 타인이 봐도 경악스럽기 그지없습니다학부모가 밤늦게 전화해서 네가 감히 우리 딸한테 그러느냐며 화를 냈던 것사무보조 회식 때 차장이 도우미인 줄 알고 껴안았던 것 등등. (심지어 이 차장은 알바가 너무 치마를 짧게 입은 탓이라며 끝까지 변명했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호주에서는 힘든 만큼 떨어지는 게 있었다고 합니다요리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눈앞이 노래지도록 부엌에서 일하고 힘들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도 했고 자기 역할이 확실했기 때문에 오히려 재미있게 버틸 수 있었습니다.

 

  호주가 작가에게 특별해진 건 비단 그것뿐만은 아닙니다퇴근 후 트렁크에서 서핑보드를 꺼내 파도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가득한 바닷가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호주 사람들은 작가가 호주 이민을 결심하게 된 계기입니다한국에서 취미를 가진다는 게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인지는 아마 대부분이 공감하지 않을까싶습니다시간을 쪼개서 개인 시간을 만든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그러나 호주에서는 그게 당연합니다칼같이 퇴근해서 차를 몰고 근처 바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뒤 노는 게 일상인 겁니다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상이 당연시되는 나라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작가가 마냥 호주 찬양만을 하는 건 아닙니다작가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마따나 그가 직접 겪은 힘든 현실이나 문화 차이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불편함을 예시로 들며이민으로 새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이 필수로 인지해야 할 문제들을 일깨웁니다비싼 의료서비스불편한 행정한국과는 현저히 다른 일 구하기까지 가지각색입니다이외에도 워킹 홀리데이 사례 중 어떤 실패사례가 있는지이민권 취득 과정 중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이민 왔는데 나라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 역이민 사례라든지 단순히 호주가 좋다.’가 아니라 나는 이런 게 좋았고 운도 어느 정도 맞았지만너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를 강조합니다당근과 채찍이 나누어져 있는 게 아니라채찍에 당근을 달아놓은 느낌입니다.





  그래도 이 따스한 작가는 마지막까지 꾸준히 상냥합니다이민을 생각하는 사람들 이외에도 그저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도 말을 건넵니다어떤 거라도 해보자고무언가를 바꾸려는 네 모든 시도를 응원한다고어찌 보면 그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할 말을 해주는 겁니다. <이민을 꿈꾸는 너에게>가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이런 상대방에게 필요한 말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는 마지막 인사 때문일지도 모릅니다이민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혹은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이런저런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걸 추천합니다.

 

한국에서 서핑이라는 취미를 갖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내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서핑을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을 포기해야할까. (중략) ‘삶의 질’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삶의 질이라는 게 더 비싼 걸 먹고, 더 좋은 차를 타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는 편안함과 풍요로움이란 걸, 그때 처음 알았어. - P210

굳이 이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일 필요는 없어. 너를 발견하고 싶다면 널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바꿔보거나 다른 작은 도전들을 해야 해. 사소한 일이라도 계속 도전하고 변화해보자. 그 도전 때문에 네가 세게 넘어지고 힘이 다 빠졌다고 해도 게임이 끝난 건 아니야.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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