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 In Memory of 申海澈 1968-2014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택배 상자에서 꺼내어 보자마자 인상깊은 외관이 눈을 사로 잡습니다.

신해철의 또 다른 활동명 모노크롬 마냥, 책의 디자인도 모노톤으로 심플한데요.


 검은색 바탕에 흰 글씨로 그의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써진 겉표지는 신해철의 뚝심마냥 굳건하면서도, 마치 그를 추모하는 추모비처럼 아련합니다.

 겉표지를 벗기면, 그의 작업물들이 알알히 적혀있는 검은 양장 표지가 그의 업적을 아로새긴 기념비처럼 경건하기도 합니다.


 책을 펼치면 문단의 배열의 특이함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보통 첫 문단을 시작하는 문장은 앞을 띄고 시작하는 반면,

이 책은 첫문단의 첫 문장이 앞으로 돌출되어있는 배열입니다.


 이는 마치, 대중사회에서, 특히 그의 주무대였던 음악계에서 이례적으로 볼수 없던 그의 독창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듯 합니다. 


 강헌의 저서인 이 책은, 일전의 '마왕 신해철'을 잇는 회고록입니다.

'마왕 신해철'은 신해철 본인의 글로 그를 추억하였다면,

'신해철'은 신해철을 멀리서, 그리고 곁에서 쭈욱 지켜본 한 음악평론가의 추억을 빌려 읽게 되는데요, 마냥 감상적인 추억이 아닌 냉철한 분석까지 덧보이는 회상록입니다.


1장 프롤로그의 서문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2장 스타덤에서 한국 근현대 음악사에서 스타 신해철의 탄생을 말해주고,

3장 밴드에서 그의 파란만장했던 밴드 이력을,

4장 솔로 파이트에서 역시 파란만장했던 솔로 이력을,

5장 애티튜드에서 그의 신념에 대한 존중을 적으며,

6장 에필로그로, 친구로써의 안녕으로 끝을 맺게 됩니다.


 이후 부록으로

저자의 신해철과의 인터뷰 전문.

저자가 신해철에게 바치는 뮤지컬각본 완성본이 있습니다.


 저자 강헌은 음악평론가 답게, 사람 신해철을 소개하고 나열하는데에, 한국의 대중음악 역사속의 신해철을 끄집어 내어 독자들에게 보여줍니다. 그냥 음악의 역사뿐만이 아닌, 그때의 사회 속에서의 사람 신해철의 태도를 보여주는데요. 음악과 행동에 있어 본인의 철학이 뚜렷한 사람인 만큼, 음악인 신해철만이 아닌 사람 신해철을 저자의 눈으로 보여주는것은, 마치 제가 신해철의 옆에서 그를 바라보는것 처럼 실감이 났습니다.


 제가 신해철을 알게된 건, 한창 텔레비전 만화를 즐겨보던 초등학생 5학년때, '영혼기병 라젠카'를 통해서였습니다. 이 만화의 주제가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12살인 제게 만화를 보기전부터 큰 인상을 주었고, 저는 저희 누나에게 부탁해서 '영혼기병 라젠카' 사운드 트랙인 넥스트의 4집 앨범 카세트테잎을 손에 넣어, 매일 듣곤 했었지요. 이것이 저의 신해철과의 첫 대면이었습니다.


 그렇게 한국사에 길이 남을 명반으로 시작된 제 음악 취향은 락, 하드락을 거쳐 프로그레시브 락으로 나아가게되는데, 이는 전부 넥스트, 그 중 신해철의 영향때문입니다. 음악적 취향 뿐만 아니라, 그의 노랫말에서 배운 그의 가치관 역시 제게 큰 영향을 주었는데요, '해에게서 소년에게'의 가삿말인 '변명하려 입을 열지마, 그저 웃어버리는거야'라는 두 문장은 여전히 변명없는 삶을 살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오랜 골수팬들과는 달리 비교적 늦게 그를 접했다고 할까요, 그러나 어린나이에 접할수 있어서 빨리도 접했다고 볼수 있겠지요. 88년생인 제가, 88년 '그대에게'를 부르며 가수로써의 신해철 탄생을 같이 하게된건 팬의 입장에선 아주 영광적인 우연이겠습니다.


 그의 장례식에도 다녀온지 벌써 4년이 되어가는 지금, 인문학 강의같기도 한 강헌의 저서 '신해철'을 읽는다는것은, 아직도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뿐입니다. 이 갚을수 없는 빚은 끝까지 새기며 안고 가야겠지요. '더 히어로'의 가사처럼 '그의 말투를 따라하며 그의 행동을 흉내 내보기도' 하며 자란 제 마음속에, 제 한명의 히어로를 다시 한번 품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제 일상속에 항상 그가 새겨져있기를. 이 후기 역시 일상으로의 초대를 들으며 적고 있습니다.


 아직 이 감상의 여운을 즐기려, 마지막 부록인 뮤지컬 각본은 읽지 않았습니다.

조만간 신해철/넥스트의 트랙리스트를 뮤지컬 각본에 맞추어 정리해두도록 해봐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