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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말에는 생존의 힘이 있다 - 인생의 벽에 부딪혔을 때 니체와 칸트는 어떻게 대처할까? ㅣ 한 줄 클래식 2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황소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철학자의 말'이 제목에 등장하기에, 동서양 철학자들의 아포리즘을 모아놓은 책인 줄 알았다. 사실 명언이나 격언은 유익한 글인 것은 알겠지만, 그 감동과 교훈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삶에 지친 현대인들이 '철학자의 말'을 삶 속에 녹여내는 방법을 아주 현실적인 감각으로 소개한다.
저자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일본 철학교양서 부문에서 100만 부를 돌파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우리 삶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문제를 17가지 물음으로 정리해 철학자의 말과 함께 해결의 실마리를 던지고 있다.
* 신용불량자를 구원하는 것은 신일까, 돈일까?
* 왜 나보다 못난 저 녀석이 출세했을까?
* 남자의 연봉을 보고 결혼하는 여자의 심리는 무엇일까?
* 착하게 산다는 것은 일탈이 없는 삶을 말할까?
* 도대체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
쇼펜하우어가 고통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고통, 궁핍, 혐오, 좌절이라는 묵직한 압력이 인간의 생활에서 깔끔하게 제거된다면, 교만이 하늘을 찌르다가 결국 광란으로까지 치닫게 될 것이다. 아니면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싫증이 나서 미치거나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따라서 배가 바다를 거침없이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적당한 짐이 필요하듯이 인생을 항해하는 사람에게도 일정량의 불안이 고통이 필요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 책은 철학과 철학자의 말을 비현실적이거나 이상적으로 혹은 낭만적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또 철학 강좌처럼 딱딱하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아니다.
부장님 취향에 따라 음식을 주문하게 되는 직장인의 현실,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의 버릇, 아저씨가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 교복을 개조해 입는 여고생들의 패션 스타일, 플라톤과 니체가 생각한 사랑의 의미 등 개별적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17가지의 물음을 정리하면서 나오는 명화는 철학자의 말을 곱씹고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니체, 칸트, 쇼펜하우어 등 생각하는 거장들이 인생의 문제들을 현명하게 넘기고 삶을 생동감 넘치게 만든 것처럼 나 역시 이들의 말을 통해 인간답게 살아가는 '생존의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