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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이 고1에게
이우진 지음 / 예문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올해 고1이 된 사촌동생이 3월이 끝나갈 무렵 문자 하나를 보내왔다.
도대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를 모르겠단다. 문자로는 부족할 거 같아 전화통화를 했다.
처음에 운을 뗀 말이 중학교 공부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수업량이 늘어나니 당연히 공부량도 늘어나고, 아침에는 더 일찍 일어나야 하고, 모두들 자극받은 상태라 경쟁도 장난이 아니란다. 또 야자를 처음 해보는데, 요일별로, 시간별로 어떤 공부를 해야 효율적인지, 단기와 중장기를 나누어 공부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그 방법을 명쾌하게 알려주는 이가 없으니 무지 답답하다고 했다.
언니, 오빠, 형, 누나가 없는 친구들은 더욱 막막하다면서...
사실 이 친구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주고 싶었지만,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도 오래되었고, 그사이 교육과정도 변덕스럽게 바뀌었던지라 내가 겪었던 일이 이 아이에게도 해당될지 조금 의심스러웠다. 그러고 며칠 뒤 서점에서 표지를 훑으며 돌아다니다 신선한 카피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부모의 열 마디보다 선배의 한마디가 낫다!"
그렇지. 요 근래 내가 찾던 답이 바로 그거였는데... 제목을 보니 <고3이 고1에게>다.
본문에서도,
"....이런 말은 꼭 해주고 싶어."
"...내용도 어렵고, 문제 보랴 제시문 보랴 정신이 없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목을 먼저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대목은 시험에 나올 확률이 매우 높아."
라면서, 다정하고 진솔한, 그렇지만 촌철살인 같은 조언들을 마치 친동생에게 말하듯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고 있었다.
저자는 누구지, 하고 저자 약력을 들여다보니, 처음엔 여타의 공부법 저자들처럼 화려한 이력으로 시작했는데,
이 책을 쓴 저자, 지금 재수생활을 하고 있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점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중에 나온 공부법 저자들의 경우, 사실 놀라운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할 수도 있구나' 하고 느끼겠지만 책을 읽고 난 다음 실제 자신의 공부에 적용해보려고 할 때 살짝 거리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자와 자녀들과는 세대가 다르고,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조언은 언제나 '교과서적인' 것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고등학생들의 답답한 속내를 풀어줄 명쾌한 해답서, 멘토링의 정수가 아닌가 싶었다. 이제 갓 고3을 지나쳐온 선배의 따끈따끈한 메시지가 담겨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아파본 사람이 타인의 고통도 이해하고 치유해 줄 수 있다잖는가. 이 책의 매력포인트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민할 틈 없이 나는 바로 이 책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먼저 읽고 사촌동생에게 선물해줄 심산으로...
내가 공감하고 감동했던 만큼 사촌동생에게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지침서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매번 돌아오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자잘한 수행평가들, 또 깊은 절망감에 빠트리기도 하는 모의고사까지, 끊임없는 시험의 연속 속에서, 평가대 위에 올라앉아 막연한 불안감과 싸우고 있는 고등학생들에게 가장 절실한 책, 가장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다. 분명 탁월한 선택이 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