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 뇌터, 그녀의 좌표 어나더 사이언티스트
에두아르도 사엔스 데 카베손 지음, 김유경 옮김, 김찬주 감수 / 세로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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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미 뇌터는 대학원에서 이론 물리학 공부를 시작하던 내게 강한 인상을 남긴 인물 중 하나다. 우주의 조화를 설명하는 힘과 에너지에 관련된 여러 법칙이 뇌터 정리에 의해 한 차원 높은 곳에서 설명되었다. 그녀의 이론은 불변과 보존에 관한 것이다. 어떤 변환에 대해 불변하면 그 과정에는 항상 보존량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시스템 혹은 우주가 길이 변환에 대해 불변이면 운동량 보존이 도출된다. 시스템이 시간에 대해 불변이면 에너지가, 회전에 대해 변하지 않으면 각운동량 보존이 유도된다. 이런 불변과 보존의 개념은 근대 이후의 물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같은 맥락에서 현대의 게이지 이론은 게이지 보존의 결과로 우리 알고 있는 네 가지 힘이 도출되고 그것을 기반으로 알려진 상호작용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녀를 현대 물리학의 어머니라 부르는 데 손색이 없다. 물리학이라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우리에게 그녀의 업적은 북극성과 같은 확고한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책에서는 에미 뇌터는 물론 수학사에 빛나는 족적을 남긴 다른 여성 수학자들을 조명한다. 문학사와 과학사를 비롯 많은 분야에서 여성의 역할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래서 불완전한 이야기다. 4000년 전 수학과 천문사에 족적을 남긴 수메르의 여사제 엔헤두안나가 있었고 알렉산드리아의 주목받는 지식인이었지만 광신도들의 손에 무참히 살해된 히타티아가 존재했다. 이후 미적분을 널리 알린 이탈리아의 마리아와 그녀의 이름을 딴 정리를 남긴 소피 제르맹이 있었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소피야는 수리물리학 분야에 독보적인 업적을 남겼다. 에미 뇌터는 남성들의 세계였던 국제 수학자 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 현재도 수리물리학 분야에서 활동 중인 캐런 울런벡과 잉그리드는 국제 수학자 대회의 기조연설을 행했다. 울렌벡은 수학계의 노벨상인 아벨상을 최초로 수상한 여성이었고 잉그리드는 국제 수학 연맹의 첫 여성 회장을 역임한다. 1977년 생인 이란의 마리암은 2014년 여성 최초로 필즈상을 수상한다. 리만 기하학을 이해하는데 큰 공헌을 한 그녀는 2017년 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다.

 

책의 마지막에서는 1933년 암 선고를 받고 쓸쓸히 벤치에 앉아있는 에미를 클로즈업한다. 여성이자 유대인이라 업적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핍박과 편견 속에서 그녀는 그렇게 쓸쓸히 역사 속으로 사그라져간다. 현대는 여성에 대한 처우가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많은 분야에서 양성이 평등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에미의 시대와는 다른 것은 그녀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에도 에미의 조력자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훨씬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친근해하고 학자들은 대중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다. 현대의 에미는 혼자가 아니다. 여성 수학자들이 많이 발굴되고 소개될 때 수학사는 비로소 완전함에 가까워질 것이다. 일독을 권한다.

고마워요. 그리고 기억할게요,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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