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단순히 주거의 개념을 떠나서 삶과 자산의 가장 큰 부분인 것 같다.
특히 지난 몇 년간의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변동, 전세사기 등 부동산과 관련한 굵직한 이슈들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사기를 당하지 않거나 손해 보지 않으려면 부동산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80년간의 부동산일주> 책에는 부동산 시장에 관한 지식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설명해 주며, 파편화된 지식만을 쫓는 것은 필살기 하나만으로 경기에 나가는 격투기 선수와 같으며, 반대로 '체계적 이해'가 얼마나 큰 무기가 되는지 시사한다. 기초체력이 되고 운동신경이 받쳐준다면 새로운 종목도 금세 능숙해지기 때문에, 이 책은 바로 이 '기초체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
책은 총 네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챕터는 주거와 투자 생활의 첫 단추, 임대차로 헷갈리기 쉬운 임대차에 대한 설명부터 전세와 월세에 두 가지 임대차가 존재하는 이유 및 금리, 임대인과 임차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법률, 임대인의 의무,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부터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전략 등등이 설명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전세제도는 왜 생겨났을까? 전세제도는 조선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가는데, 조선시대 관료들에게 내려오던 징계 중 '귀양'이 있는데, 남해안이나 추위로 유명한 함경도 쪽으로 내쫓기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임금님의 심경이 바뀌거나 임금 자체가 바뀔 때 서울로 다시 복직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서울 복직 명령이 떨어졌을 때 당시 서울 집값도 상승 폭이 컸기에 다시 복직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 정약용도 그 피해자로 충청도 지역에 좌천되었다가 다섯 달 만에 서울로 불려 들어왔는데 유배가 끝날 무렵 서울에 집을 알아보았지만 그새 집값이 많이 올라 남양주에 집을 구해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정조가 승하한 뒤 경상도, 전라도 지역에 18년간 유배 생활을 하던 중 유배지로 떠난 지 10년쯤 지났을 무렵 정약용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인 <하피첩>을 보면 더욱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