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모양을 한 행복
고데마리 루이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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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이해할 수 없는 동물에게 더 말을 걸고 싶고 어떤 말을 듣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 느낌을 가장 선명하게 알려주는 동물은 누가 뭐라해도 나는 고양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집사라고 하는데 그 집사들은 이 소설을 읽고는 이 소설 속 두 인물처럼 같은 구멍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소설은 각자 구멍을 가진 남녀가 결혼 후 함께 미국으로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입양이 되었다는 구멍을 가지고 동양적이면서 서양적인 인생을 살게 된 남편 미치오와 한번의 결혼 실패와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구멍을 가진 아야노. 이 두 사람이 가진 구멍을 그곳에서 불어나기 시작하는 오해와 갈등을 고양이만의 유연함으로 헤아려 한 가족으로 싸안아 주는 고양이 '맥시모'가 중심이 된다. 맥시모 또한 이 남녀와 같은 구멍이 있는 아이다. 2주간의 시간이 지나면 안락사를 받아야하는 동물보호소에서 4개월 남짓도 되지 않은 새끼고양이였던 맥시모의 과거는 얼마나 고되고 힘든 날들이었을까? 이들이 가족으로 이어져 행복을 지켜가는 그 과정의 끈끈한 접착제 역할은 단연 맥시모였다.

작가의 말처럼

"이 고양이가 없었다면, 만약 우리 부부에게 이 작은 생명체가 없었다면.." (p9)

작가의 소설 시작점에서 이 글을 나는 마지막까지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집에 있는 이 녀석을 보면 너무나 당연히 알게 되는 말이다.

고양이와 가족이 되면서 바뀌는 모습들을 작가는 경쾌하게 알려준다.

예를 들면 문. (p33) 예를 들면 감상(p34) 예를 들면 여행. 일상생활 속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집을 떠나고 일상을 떠나기만 하면 재워질 거라 믿으며 쓸쓸함이란 입자를 가방에 꽉꽉 채우고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하면서도 여행길에 나서는 아침.(p35)

역시 여성 일본 작가는 정말 세련되고 섬세하다.

부부의 첫 여행지 멕시코에서도 오히려 집에 있는 맥시모 걱정과 맥시모 이야기 맥시모 환영이 따라다니니 몸은 멕시코에 영혼은 이미 맥시모에게 온전히 빼앗긴 정말 순수한 고양이 집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후반부로 가면서 예견했었던 맥시모의 슬픈 결말들이 나온다. 아, 맥시모 아프면 안되라고 몇 번을 생각하면서 이겨낼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하며 읽어내려갔다.

맥시모는 노쇠로 인해 모든 내장기능이 떨어져 있다는 진단을 받게 되고 그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순간을 겪고 있는 아야노 곁엔 미치오가 없었다. 미치오는 유람선여행 중이었다. 안락사를 권하는 수의사의 말에 절망한 아야노에게 미치오는 용서를 구한다.

"울고 있다, 미치오가. 울부짖고 있다. 강하고 씩씩하고 의지가 되는 내 남편이.(p235)"

아야노는 미치오에게 오히려 위로의 말을 건낸다. 서로의 구멍을 이렇게 채워가는 정말 부부의 모습이었다.

"괜찮아. 걱정하지 마. 안심해. 모든 것의 밝은 면만 보자. 희망을 갖고 빛을 비추자."(p237)

위기를 넘긴 맥시모를 집에서 마지막 생을 살게 해주자고 이야기하는 이 부부의 대화를 보며, 정말 가장 고양이가 바라는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든 마지막 순간이 있을 것이고 그 마지막 순간을 가장 행복한 곳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할테니깐.

맥시모는 이젠 고양이의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하고 하지 않는다. 그런 고양이 맥시모에세 오히려 행복감을 느낀다.

"그래도 우리는 고양이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창가의 대리석 위에서 조용히 낮잠을 자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p247)

맥시모가 하늘의 다리는 건너고 남겨진 둘. 슬픔은 나누면 더 깊어진다는 이유로 둘은 서로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았다. 행복이었던 맥시모가 떠나고 그 슬픔을 더욱 간절히 알려주는 모든 소소한 생활들을 담담하게 말해주는 작가의 말.

"예를 들면 욕실. (p267) 예를 들면 말(p268)

하지만 맥시모와 함께 해서 나눌 수 있었던 두 개의 구멍, 맥시모 모양을 한 구멍,을 아야노와 미치오가 함께 가지고 있기에 서로에게 의지하고 서로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각자의 가슴속에 뚫린, 메워지지 않는 두 개의 구멍. 그것들은 똑같은 크기와 색깔,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구멍은 결코 메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아니, 메우고 싶지가 않다. 아무리 슬퍼도. 이 구멍을 안고 있는 한, 우리는 헤어질 수 없다. 떠날 수없다. 함께 갈 수 있다. 서로 사랑할 수 있다."(p285)

가장 이 소설이 이 자리에 있게된 이유가 이 부분이 아닐까? 나도 사랑하는 그 사람과 이렇게 같은 모양의 구멍을 만들며 따뜻하게 때론 부딫히기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같은 구멍을 가지고 서로 바라본다면 아무리 슬퍼도 이 구멍을 안고 있는 한 우리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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