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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ㅣ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6월
평점 :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읽었다. 그리스 문학의 시초라지만 시초치고는 매우 원숙한 느낌이 들고 또 구성에 있어서 그 규모가 커 전체의 그림을 그리기가 어려운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하여 읽고, 또 끝의 마무리까지 읽어낸 이유는 읽는동안 전해지는 감동의 소소한 즐거움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오묘한 표현이라든지 인생의 통찰을 담아내는 표현같은 것들 말이다.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를 접한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그 분위기가 참으로 어색하였지만, 한편으로 전혀 다른 문화권의 작품을 접하고, 또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만으로 보람도 있고 감회도 새로웠다.
한국어판으로 출판된 이 책에서는 페이지수만으로도 680여페이지에 이르고 행수로 치면 15,000행 정도의 방대한 분량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일리아스에는 9년 동안 일어났던 트로이아 전쟁을 단 며칠로 압축한 것이다. 이토록 짧은 시간이라는 공간속에 어떻게 거대한 트로이아 전쟁의 전체를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었을까? 다 읽은 후 믿을 수 없는 압축성에 허무함과 놀라움이 교차한다.
아울러 이 작품을 읽는 내내 호메로스의 이 글이 과연 역사적인 사실일까 아니면 그저 서사시로서의 허구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계속 남아있었다. 그런데 해설에 보니 19세기 말 슐리만이라는 학자를 통해 트로이아와 뮈케네의 성터가 발굴되었고 그로 인해 이 전쟁이 역사적인 실제였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실제 일어났던 전쟁에 기반을 두고 구전된 이야기를 토대로 작품을 완성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로서는 처음 접해보는 서사시적 문체. 모든 이야기 속에는 살아 꿈틀거리는 시각적 표현들이 가득하다. 이 점이 바로 이 책을 읽는 동안 경험하는 유익인데, 한편으로는 나의 의식세계의 초라함을 깨우쳐주는 순간이기도 했다.
만일 나와 같이 그리스 문학을 처음 접한 독자가 이 작품을 읽는다면, 책의 제일 마지막에 있는 해설을 접한 후 읽기를 권한다. 그러면 호메로스의 글을 더욱 즐길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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