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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교사에게
이성우 지음 / 우리교육 / 2015년 6월
평점 :
(초등학교) 교사의 역할과 (초등) 교육의 의미를 현장 경험과 이론적 성찰에 기초해 탐색한 이 책은 몇 가지 점에서 반가운 책이다.
먼저 저자의 이력이다. 이성우는 1988년부터 초등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현재는 전교생이 60여명인 작은 학교의 평교사다. 교사로 일하면서 브라질의 교육사상가 파울로 프레이리의 교육론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나는 (초등학교) 교사들 가운데 교사생활을 하면서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반대로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에서 교수로 있는 이들 가운데 초·중·고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고, 그런 상황에서 주로 ‘교수들’의 말에 권위가 부여되는 것을 감안하면, ‘교사들’의 경험과 생각이 보다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반가운 또 다른 점은 저자는 적어도 이 책을 쓰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여러 차례 반추하고, 또 그것을 위해 부단히 공부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책을 닫는 글에서 학생들에게 기억되지 않는 교사가 되자고 권하지만, 그와는 다른 의미에서 나는 전교생이 60명이었던 시골 초등학교에서 뵈었던 교사 말고는 기억에 남은 사람이 없다. 나의 지성과 감성에 영향을 미친 교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는 당시 나를 가르쳤던 교사들보다 높은 학력수준에 이른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공부하는 교사, 지적 자극을 주는 교사가 나의 학창시절에 없었다는 것이 무척 아쉽다. 그런 점에서 이런 책을 쓴 교사를 담임으로 둔 학생들 중 일부는 적어도 어떤 자극을 받을 것이다.
저자가 풍기는 자신감의 바탕은 ‘현장’이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그 ‘현장’에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는 점이 부담감의 바탕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당신은, 그렇다면, 얼마나 잘 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더라도 이 책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자신 있게 답하기가 어려웠을 것이기에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나는 이 용기를 높이 사고 싶다. 설령 (주위에 그를 아는 사람들의 눈에) 저자 자신이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나는 이런 작업이 앞으로도 책으로 나와 널리 읽히면 좋겠다. 책으로 자신의 입장을 내놓음으로써 저자는 스스로를 더욱 다잡을 것이고, 이를 읽은 동료교사들은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크고 작은 자극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든 형식적인 장점을 실제 내용으로 녹아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런 장점이 내용으로 구현되고 있고, 그래서 앞의 형식적 장점이 퇴색하지 않았다. 그는 현장 경험을 강조하지만 그 자체를 절대화하지는 않는다. 자기암시와도 같이 교사의 신성함을 마냥 강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영혼 없는 사회’와 ‘교육 불가능의 시대’라고 쉽게 규정해버리지도 않는다. 교사 개인의 의지와 열정을 강조하지만 공허한 긍정성을 설파하지 않으며, 구조를 지적하지만 유아론적인 무력감을 토로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통합적 관점’은 사실 이 책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그의 교육론의 핵심이기도 하다.
98년 경제위기 이후 초등학교 교사는 누구나 원하는 일자리가 되었다. 방학이나 휴직제도 등 풍부한 복지 혜택이 있으면서도 정년이 보장되는 일자리로 인식되면서 중고교생의 희망직업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덩달아 교대의 입학점수는 높아졌고, 그 결과 신규 교사의 ‘스펙’은 무척 높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이들이 과연 교사라는 직업이 상대적으로 별 볼일 없었을 때 들어온 별 볼일 없는 스펙의 교사에 비해 더 좋은 교사일까?’, ‘초등교사라는 직업이 그렇게 뜨면서부터 그 직업의 원래 의미는 점차 퇴색되어 온 것은 아닌가?’, 또는 ‘가르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교사되기가 점점 어려워지지는 않았을까?’ 등의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교사라는 직업에 유별난 가치를 부여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좋은 일자리’로만 인식되고 있는 교사라는 직업에 그것을 넘어선 존재론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고, 그런 점에서 교사가 되려는 이들에게도 적지 않은 자극을 주리라 생각한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