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출간 20주년 기념판) - 아동용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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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이라는 시를 처음 들었을 때, 그 때의 그 기분을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으면서도 느꼈다.

 

  어머, 하고 절로 입을 가리고 탄식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낭독 모임에서 여러 사람의 목소리로 함께 읽었던 잎싹의 이야기는 어쩐지 자꾸만 아이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해 한참을 목이 메였던 기억이 난다. 

  출간 20주년을 맞아 기념판과 특별판으로 삽화를 달리해 출시 된 두 권의 책을 통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 아린 잎싹을 다시금 만났다. 고운 글맛을 지닌 책이라 소리 내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은 이 책은, '엄마'가 되고 싶었던 암탉 잎싹이 기꺼이 거름 되기를 자처함으로서 초록머리를 길러내고 떠나보내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로 완벽히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온 생을 통해 보여준 한 훌륭한 암탉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를 충분히 훌륭하다고 인정해 주는 친구를 가진다는 것, 내 아이가 아닌 아기를 길러낸다는 것, 성장한 아이를 훌훌 떠나보내는 것.
  이 세 가지 이야기들이 개인적으로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가족의 다양한 형태를 인정하지 않는 현실에 "같은 족속이라고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니다."는 잎싹의 말은 오래도록 가슴을 아프게 한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을 던져 지켜내야하는 자신만의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잎사귀는 꽃의 어머니야. 숨 쉬고, 비바람을 견디고, 햇빛을 간직했다가 눈부시게 하얀 꽃을 키워 내지. 아마 잎사귀가 아니면 나무는 못 살거야. 잎사귀는 정말 훌륭하지.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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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쓰레기를 다시 쓰는 법 자신만만 생활책
이영주 지음, 김규택 그림 / 사계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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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 한 면에는 분리수거 바르게 배출하는 법이 그림과 함께 잘 설명된 포스터가 늘 붙어있다. 분리수거일마다 수고스럽게 주민들이 내놓은 분리수거 용품들을 다시금 분리하는 경비 아저씨들의 모습을 보고 난 후로는, 당신들의 수고로움이 안타까워 분리수거 포스터를 더 열심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한 주에 이틀은 반드시 잘 버리는 일에 매달린다.

 

  <재활용 쓰레기를 다시 쓰는 법>은 쓰레기의 개념에서부터 시작해 재활용의 필요성과 분류방법, 생활 속 절약과 재사용에 이르기까지 재활용 전반의 내용을 두루 다루고 있는 책이다. 매주 하는 분리수거를 재미난 놀이처럼 생각하는 아이들과 읽으며 재활용을 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기 좋은 책이기도 하다.

 

  최근 한 고객이 음료회사 본사로 빨대가 기본적으로 부착되어 나오는 음료에 대해 환경문제를 제기하며 쓰지 않은 빨대를 모아 보냈는데 고객최고책임자가 직접 손편지로 기업 차원에서 고민하고 변화하겠다는 답장을 보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한 개인의 반성과 실천이 기업을 변화시키고 움직이게 했다는 것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책과 앞의 일화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개인의 실천이라는 작아 보일 몸짓이 일으킬 나비효과를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우리 집에서는 튼튼한 플라스틱 커피/주스 컵은 깨끗이 씻어 아이들 연필꽂이로 사용한다. 이면지는 잘 정리해 누구나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게 잘 모아둔다. 버려지는 것들이 아까워 오래전부터 해오던 일들이 이제는 아이들의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들의 작지만 야무진 실천은 책을 읽는 내내 칭찬해줄 거리가 되어 주었다.

 

  며칠 전 읽은 정세랑 작가의 단편 <리셋>에는 거대한 지렁이들에 의해 인간과 인간이 만든 모든 것들이 먹혀 사라지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끊임없이 썩지 않는 쓰레기를 만들어냄으로서 유지되던 인간의 문명은 어느 날 그렇게 사라지게 된다. SF적인 스토리임에도 뜨끔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다. 물건을 만들어내기 전에, 사기 전에, 버리는 일을 먼저 한번 생각해 보는 것. 인간의 미래는 분명 그 작은 실천이 모여야만 만들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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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방방
최민지 지음 / 미디어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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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녀의 저주로 성에 갇힌 공주처럼, 심심해 하우스에 덜컥 잡혀 버린 어린이들이 있는 우리 집.

 

  "엄마 더 할게 없어, 재미 없어, 심심해!"

 

  코로나 19로 학교도 못가, 외출도 안돼,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가는 아이들의 돌림 노래 같은 심심해 타령이 도돌이로 이어지던 날, 선물 같이 찾아 온 그림책 <마법의 방방>.

 

  '심심해 마을이 있었습니다'로 시작되는 이야기에 '심심해 집'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눈썹을 꿈틀 대며 관심을 보인다.

 

  심심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덩그러니 놓여진 트램플린과 푯말 속 세상 수상한 문제의 그 글자 <마법의 방방>.

 

  믿고 타 볼 것인가, 무시하고 지나칠 것인가.

 

  의심 많은 사람들이 타기를 포기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지레 짐작한,

  마법의 방방 위에서 홀로 뛰기 시작한 아이에게는 어떤 일이 생길까?

 

  놀잇감이 무궁한 지금에도 여전히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트램플린을 소재로 '마법의 방방'이라는 특수성을 부여한 매개로 인해 벌어지는 꿈같은 일들이 신나게 펼쳐진다. 

 

  한 번의 발구름으로 빠져들게 되는 트램플린의 반동의 재미처럼, 마법 같은 일탈의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그 단 한 걸음의 내딛음과 발구름의 참신한 역설과 비유가 인상적이다. 여전히 곳곳에 숨겨진 위트 있는 대사와 그림들은 다시금 읽고 찾아 보게 하는 최민지 작가의 특유의 유머코드가 잘 담겨 있다.

 

  심심해 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여러번 읽어도 즐거운 최민지 작가의 신간<마법의 방방>을 적극 추천한다.

 

 

심심해 마을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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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 있는 그대로의 내가 너무 좋아 - 오늘도 수고했어, 온전히 나만을 위한 궁디팡팡
냥송이 지음 / 앵글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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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너무 뜨겁고 습해서' 라며, 그 핑계로 그 분이 오셨네요. 네 맞습니다. 무기력님이 찾아오셨어요.
  근래 한달동안은 어째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일하는 것도 마냥 지치기만 합니다. 읽고 싶었던 책들도 펴들고선 두어 페이지 읽어내리기가 벅찰 정도로 집중력이 떨어지네요. 한동안 푹 빠져 쌓아놓고 읽었던 소설들에는 손이 가질 않아 가벼운 에세이 책들을 골라 띄엄띄엄 읽고 있습니다.

  우연찮게 한 달 정도 고양이와 함께 생활 한 적이 있어요. 아이들 고모가 고양이를 키우거든요. 살아있는 무언가를 돌본다는건 그때나 지금이나 와락 겁부터 나는데, 아이들은 고양이의 존재만으로도 마냥 행복했던 모양입니다. 고양이를 생각하면 무시무시하게 날려대던 흰 털과 동시에 고양이의 이름을 부르던 아이들의 목소리와 높다란 웃음소리가 함께 떠오르는 걸 보면요.  

  그래서인지 책 가득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이 책을 보고선 아이들이 먼저 읽고 싶다고 발을 동동 굴렀어요. 작은 아이는 그림이 너무 예쁘다고 연신 소리를 질렀는데, 색연필 특유의 따스함이 포근하면서도 유연한 고양이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아주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위로가 필요한 어른들을 위해 고르고 골랐을 고운 마음들로 아로 새긴 짧막한 글귀들도,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 참 좋았어요. 다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사뭇 진지하게 읽어 내리는 모습에 어쩐지 가슴 한켠이 먹먹해지는 기분이 들더군요.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미처 해주지 못했던, 위로가 필요했던 아픈 순간들이 분명 있었겠지요.

  반가워서 더 사랑스러운 고양이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노근노근해지는 기분인데, 눈길을 붙잡는 구절이 나오네요.

  「너는 있는 그대로가 제일 예뻐.」- p103 

  무기력해서 미웠던 나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해주고 싶었던 한마디가 책에 씌여 있네요. 바쁘게 살지 않아도, 부지런하지 않아도, 날씬하지 않아도, 행복하지 않아도, 너는 있는 그대로가 제일 예뻐 하고 말해주고 싶었거든요. 아무것도 아닌데, 참 쉽지 않은 말이에요.

  문득,
  "엄마는 내가 왜 좋아?" 하는 동그란 물음에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우리 애긴 다~ 좋지" 했을 때,
살폿 작아지던 눈 가득 담겨있던 웃음은 그래서였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코, 아이들에게 하듯 나에게도 애정 어린 말 한 마디쯤은 건네며 살았어야 하는데 싶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것,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나는 내가 나라서 너무 좋아!」- p153

라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기를 올해의 목표로 삼아 봅니다. 이 더위가 지나가면 조금은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네요.

너는 있는 그대로가 제일 예뻐 -p103

나는 내가 나라서 너무 좋아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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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딱 일일공부 3단계 - 엉덩이를 딱 붙여주는 엉딱 일일공부 3
조은영 외 글, 홍윤표 만화글, 홍카툰 만화그림, 끌레몽 외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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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별로 수록된 글 난이도가 달라져서 좋아요. 글 읽기 교재로도 손색없어요.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다루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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