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의 한국 종교 연구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한국학모노그래프 40
김종서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서양인의 한국 종교 연구는 한국 종교학사의 첫머리를 짚고 넘어가는 책이다. 최초로 한국종교에 학술적인 접근을 시도한 이들이 바로 서양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 종교학사의 시작을 언급하는 데서 나아가 현재 활동 중인 서양학자들의 한국 종교 연구를 여러 분야와 시각에서 망라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종교를 연구하는 한국인 학자로서 제3자의 시선이 한국종교 연구에 어떠한 의의를 지니는지 분석한다.

저자는 시대 순으로 서양인의 한국 종교 연구를 정리한다. 2장은 초기 서양인의 한국 종교 이해라는 제목 하에 1653년에 들어온 하멜의 표류기를 필두로 개신교 초기 선교사들의 기록까지 다루고 있다. 초기 서양인들은 한국종교를 호기심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이들의 기록 역시 피상적인 서술로 채워져 있다. 3장은 해방 이전에 서양인들이 비교적 객관적으로 한국종교를 연구하게 된 현상을 다룬다. 이들 서양인은 대부분 개신교 선교사로 한국에 온 자들이다. 포교가 그들의 의무이긴 하지만 그들의 분석은 기독교적인 좁은 분석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특히 헐버트는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은 사회적으로는 유교도이고 철학적으로는 불교도이며 고난을 당할 때에는 정령숭배자이다라고 분석하는 등 한국인 고유의 종교성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4장은 해방 이후 기독교 배경 서양인들의 연구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한국에서 급격하게 세를 확장한 기독교이다. 파머는 기독교와 한국 문화 간의 연결성을 한국 기독교의 성공요인으로 뽑는다. 포이트리스는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로 한국 기독교를 분석한다. 그는 계층정치적 입장에 따라 상이한 양상의 기독교가 적용되었음을 보여주며 사회사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포이트리스는 한국 기독교의 신학적정치적 보수주의가 어떠한 곡절을 통해 강화되었는지 설명하기도 한다. 5장은 해방 이후 서양인의 한국 민속종교와 신종교 연구를 소개한다. 왈라번의 경우 실록 등 사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한국 주술의 성격을 규명하려 한다. 켄달은 민속학의 방법론을 도입하여 조상의례와 무속의례가 가정에서 상호보완적으로 기능했음을 증명한다. 프루너는 신종교를 시대 순으로 단계를 나누어 설명한다. 프루너에 따르면 해방 직후는 기독교와 민족주의가 결합하여 한반도를 메시아의 탄생지로 설정한 신종교들이 등장하는 시기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해방 이후 서양인의 유교와 불교 연구를 언급한다. 도이힐러는 고려 말 조선 초의 급격한 사회변동의 배경에는 신유학이라는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자리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로버트 버스웰은 한국에서 체험한 승가생활을 바탕으로 한국 선불교를 경험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버스웰은 종교가 제시하는 교리와 그 교리의 실천은 다른 차원의 문제임을 지적하며 경전에 포착되지 않는 종교의 실천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결론에서 저자는 시기별로 나열한 연구들을 요약하고 이들의 의미와 한계를 살펴보면서 끝을 맺는다.

이 책은 한국종교를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저자는 유교, 불교, 무속, 신종교 등 한국종교의 다양한 구성요소를 고루 언급할 뿐 아니라 각주와 참고문헌에 관련된 자료를 풍부하게 안내하였다. 저자는 서양학자의 연구를 나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각 연구들이 갖는 의의와 맹점을 균형 있게 지적한다. 예를 들어 컬럼비아 대학 출판부의 한국문명 원전자료집에 대해 저자는 엘리트 중심의 사변적 논의에만 집중한 나머지 무속 관련 자료가 성리학 논쟁 내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독자는 이를 바탕으로 서양 자료에서 무엇을 취하고 보충할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결론에서 서양인의 연구가 한국인의 총체적인 종교성을 분석하지 않는다고 한계를 지적한다. 그러나 한국인의 종교성에 대한 헐버트의 언급, 남성 중심의 조상 의례와 여성 중심의 무속이 가정에서 상호보완적으로 공존한다는 켄델의 연구 등에서 한국인의 총체적인 종교성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는 인류학, 민속학, 사회학, 비교종교학 등 한국종교에 대한 여러 접근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아닌 타 지역의 종교 연구에도 폭넓게 적용된다. ‘서양인의 한국 종교 연구에는 물론 단점도 있다. 2006년에 출간되었기 때문에 최근의 연구동향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며, 120여 쪽의 짧은 분량 때문에 이 책만으로 한국종교사를 개괄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한국 종교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분명 압축적이고 친절한 안내서로 기능할 것이다.

저자가 언급하듯 이 책은 한국종교가 서양인, 즉 제3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탐구한다. 주지할 점은 제3자의 시각이 객관성을 담보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종교를 연구한 상당수의 서양인은 기독교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의 연구가 기독교적인 사고와 유리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천도교의 한울님과 기독교의 하느님의 유사성을 통해 천도교를 전통 한국 종교에서 기독교로 넘어가는 과도적 종교형태로 파악하는 것, 기독교 포교에 장애물이 되는 조상숭배와 무속에 특히 주목하는 것 등이 그 예다. 이처럼 서양인의 시각은 완전히 객관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순수한 객관성이란 사실상 불가능의 영역이며, 한국문화에 젖어있지 않은 외부인의 시각은 우리에게 다양한 생각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일례로 서양인들은 꾸준히 조상숭배와 유교를 분리하고 있다. 이는 조상숭배를 유교의 파생물로 간주해오던 우리의 상식을 흔들어 놓는다. 이 주장의 타당함과는 별개로 우리는 유교라는 종교의 경계를 어디까지 상정할지, 조상숭배가 제도적인 종교의 외부에서 어떻게 파악될 수 있는지, 유교와 조상숭배의 연결고리가 우리의 생각만큼 견고한 것인지 등을 자문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한국인 독자로서 관찰자와 관찰대상의 입장을 넘나들며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우리는 한국에서 성장하였으나 서양의 사고방식에도 익숙하다. 때문에 이 책을 읽는 우리는 때로는 과거의 한국인들을 관찰하는 서양학자의 입장에서, 때로는 서양인의 탐구대상이 되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종교를 분석한다. 이는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는 믿음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결코 완벽한 객관성을 획득할 수는 없으나 서양인의 한국 종교 연구와 같은 책을 읽으면서 한국 문화에 거리를 두고 접근하는 연습을 해볼 수 있다.

한국의 21세기는 종교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시공간인 듯하였다. 그러나 최근의 신천지-코로나 사태는 종교가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신천지 교인들에게 종교적 규율은 사회의 규범을 초월하는 무엇인 것 같다. 대다수의 비교인들에게 신천지는 이해되지도 않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반응은 기실 자연스럽다. 그러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해하고 싶지 않은 종교의 내부를 들여 보아야 한다. 신천지는 결코 무에서 나타나지 않았으며, 한국의 종교적 토양과도 분리될 수 없다. 우리는 신천지를 하늘에서 뚝 떨어진 외계적인 존재가 아니라 한국 종교의 연속선상에서, 객관적으로 파악하려 노력해야 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종교적 규율에 충실한 내부자와 적대적인 외부자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제3자의 시선이다. 한국종교의 전통을 제3자의 시각에서 조망하는 서양인의 한국 종교 연구는 한국종교가 당면한 문제를 풀어나감에 있어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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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강 1명 강의 신청합니다. 정말 듣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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