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의 나이면서 세 살의 나이기도 하고, 열일곱 살의 나이기도 하다는 것도, 내게서 버려진 내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그대로남아 있었다는 사실도. 그애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관심을 바라면서, 누구도 아닌 나에게 위로받기를 원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종종 눈을 감고 어린 언니와 나를 만난다. 그애들의 손을 잡아보기도 하고 해가 지는 놀이터 벤치에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학교에 갈 채비를 하던 열 살의 나에게도, 철봉에 매달려 울음을 참던 중학생의 나에게도, 내 몸을 해치고 싶은 충동과 싸우던 스무 살의 나에게도, 나를 함부로 대하는 배우자를 용인했던 나와 그런 나를 용서할 수 없어 스스로를 공격하기 바빴던 나에게도 다가가서 귀를 기울인다. 나야. 듣고 있어. 오랫동안하고 싶었던 말을 해줘.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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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을 추구했던 그 시간 동안 나는 성장하지 못했다. 독에 갇힌 나부처럼 가지를 마음껏 뻗어나갈 수가 없었다. 고립되었다. 네가 말하는 걸 보면 참 징그러워. 너 같은 걸 누가 좋아하겠어‘라고 내게 말하는 그의 어머니 앞에서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텔레비전을 봤다. 당신은 어째서 내 고통을 보지 않지? 눈물을 흘리는 나를 두고 그는 방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음악을 틀고 건강 체조를 했다. 그는 나를 향한감정의 회로가 차단된 사람처럼 보였다. 내 감정을 하나하나 풀어 그에게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통하지 않았다. 거기서 끝내야 하지 않았나? 하지만 나는 다시 그 문제로부터 도망쳤다.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굴었다. 체념했다. 그가 집에 없을 때 울다가도 그의 전화가 걸려오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목소리가 왜 그래?‘ 하고 그가물으면 ‘응, 자다가 일어나서‘라고 거짓말을 했다.
나는 누구에게 거짓말을 했나.
나에게, 내 인생에게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알고 싶지 않아서, 느끼고 싶지 않아서.
어둠은 거기에 있었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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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착하게 살아라, 말 곱게 해라, 울지 마라, 말대답하지 마라, 화내지 마라, 싸우지 마라. 귀에 딱지가 앉도록 그런 얘길 들어서 난 내가화가 나도 슬퍼도 죄책감이 들어. 감정이 소화가 안 되니까 쓰레기 던지듯이 마음에 던져버리는 거야. 그때그때 못 치워서 마음이 쓰레기통이 됐어. 더럽고 냄새나고 치울 수도 없는 쓰레기가 가득 쌓였어.
78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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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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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평범하게 사는 것이 제일 좋은 삶이라고 말했었다. 아빠와의 결혼으로 자신도 평범한 가족을 꾸리게 되어서 좋았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런 말을 습관적으로 하던 엄마를 예전에는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머릿속에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고 그 안에 평범이라는 단어를 적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삶, 두드러지지 않은 삶, 눈에 띄지 않는 삶, 그래서 어떤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고, 평가나 단죄를 받지 않고 따돌림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 삶. 그 동그라미가 아무리좁고 괴롭더라도 그곳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엄마의 믿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나는 잠든 엄마의 숨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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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시대, 인간의 일 -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야 할 이들을 위한 안내서, 개정증보판
구본권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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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자원과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그 도구를 제대로 알고 다루는 사람에게는최고의 환경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격차와 좌절감을 키우는 토양이 된다. 세상의모든 지식과 지혜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능력은 아인슈타인이 말했듯이 호기심이다. 무엇이든 물어보면 알게 되는 세상에서 무한한 규모의 지식을 마음대로 꺼내쓸 수 있는 사람은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자각이 어느 때보쓸 은 이 을다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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