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을 추구했던 그 시간 동안 나는 성장하지 못했다. 독에 갇힌 나부처럼 가지를 마음껏 뻗어나갈 수가 없었다. 고립되었다. 네가 말하는 걸 보면 참 징그러워. 너 같은 걸 누가 좋아하겠어‘라고 내게 말하는 그의 어머니 앞에서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텔레비전을 봤다. 당신은 어째서 내 고통을 보지 않지? 눈물을 흘리는 나를 두고 그는 방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음악을 틀고 건강 체조를 했다. 그는 나를 향한감정의 회로가 차단된 사람처럼 보였다. 내 감정을 하나하나 풀어 그에게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통하지 않았다. 거기서 끝내야 하지 않았나? 하지만 나는 다시 그 문제로부터 도망쳤다.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굴었다. 체념했다. 그가 집에 없을 때 울다가도 그의 전화가 걸려오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목소리가 왜 그래?‘ 하고 그가물으면 ‘응, 자다가 일어나서‘라고 거짓말을 했다.
나는 누구에게 거짓말을 했나.
나에게, 내 인생에게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알고 싶지 않아서, 느끼고 싶지 않아서.
어둠은 거기에 있었다. - P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