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반테스가 세비야에 머물던 시절은 그가 레판토 해전과 포로 생활이란 고초를 겪으며 오랜 시간을 해외에서 전전하고 귀국한 뒤였다. 그는 상이군인이었고 전쟁포로였으며 한물 간 소설가였다. 자신의 경력을 인정받아 정부 요인으로 신대륙에 가일하고 싶었으나 고작 안달루시아 지방의 세금 징수원으로 고용됐을 따름이었다. 그리고 세금 징수원으로 일하며 세금을 맡겨둔 은행이 파산하는 바람에 횡령죄를 선고받고 감옥까지 가야 했다. 나이는 이미 50대에 접어들었고 한쪽 팔이 성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는 꿈꿨다. 신대륙에 가는 바람을 이루기는커녕 감옥에 갇혀야 했던 그는, 장애인에다 전과자에 불과한 늙은이인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꿈꿨다. 바로 이곳에서.
『돈키호테」가 잉태된 세비야 성당 어느 뒷골목이야말로, 내가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를 찾아 스페인에 온 뒤 가장 전율을 느낀 공간이었다. 나는 한국식으로 크게 허리를 숙여 그의 동상에인사한 뒤 몸을 돌렸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감옥에서도 꿈을 꾼 자의영혼을 위해 건배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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