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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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가끔 엄마가 어떻게 그렇게 자기 꿈과 깨끗이 작별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엄마는 ‘그저 다음 - P129

단계로 간 것뿐‘이라며, ‘작별한 건 맞지만 깨끗이 헤어진건 아니라고 했다. ‘대부분의 어른이 그렇게 사는데 그건꼭 나쁜 일도 좋은 일도 아니‘라면서. 그땐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요즘에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자신에게재능은 있되 그게 압도적인 재능은 아님을 깨달아서였다.
사실 그걸 아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는 않았다. 당장학원 친구들의 그림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소리는 궁금했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계속하는 데 필요한 재능은 얼마만큼인지. 그 힘은 언제까지 필요하고 어떻게 이어지는지.
손에 이상을 느낀 뒤로 소리는 그림에 대한 자신감을 더 잃어갔다. 그림이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 아닌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수단이 되다보니 그랬다. 그런데 최근 지우에게줄 선물을 준비하며 소리는 자신이 오랜 시간 잊고 지낸 재미와 기쁨을 느꼈다. 내가 특별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과 무언가를 나누고 싶어 그리는 그림은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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