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처럼오빠내
이 내려오도록 삐라를 뿌렸다. 아이들과 노인을 등뒤로 숨기고,
총에 맞지 않기 위해 흰 수건을 나뭇가지에 묶어 들고 내려오는짱마른 남녀들의 행렬이 자료사진으로 실려 있었다.
처벌하지 않겠다던 약속과 달리 수천 명이 체포됐는데, 천운으로 풀려난 친척이 당숙네로 찾아왔대. 주정공장 뒤에 있는 십여동고구마 창고에 사람들이 갇혀 있다고, 외삼촌과 같은 동에 두달 동안 있었다고 말해주려고. 그날 밤 엄마와 이모는 기뻐서 잠을 못 이뤘다. 어쨌든 오빠가 죽지 않은 걸 알게 됐으니까.
친척이 쪽지에 써준 요일과 시간에 맞춰 두 자매가 주정공장으로 찾아갔어. 약도에 표시된 대로 창고 뒤 언덕 모퉁이에서 기다리니까 청년 여덟이 줄을 지어 식수통을 지고 올라왔다. 그중 맨뒤에 있던 사람이 외삼촌이었어. 오래 굶주려선지 더 작아진 체구에 머리가 부석부석 헝클어지고, 늘 장난기 있던 특유의 표정이사라져서 낯설게 느껴졌다.
양쪽에서 안기는 동생들을 마주 안지 않고 멍하게 서 있는 외삼촌한테, 인솔을 맡은 듯 어깨에 흰 띠를 두른 젊은 남자가 말했다.
눈감아줄 테니 물길어올 때까지만 이야기하고 있으라고. 그 사람들이 돌아올 때까지 십 분이 채 걸리지 않았는데, 그때 엄마는 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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