않았을 때, 당시 내가 다니던 직장에서 마침 제주로 짧은 연수갔다. 어렵게 저녁 일정을 빼서 택시를 불러 타고 인선의 집을 짓았을 때, 치매 초기라고 들었던 그녀의 어머니가 예상 밖으로까끔하고 차분한 노인이어서 나는 놀랐다. 인선과 달리 자그마한에, 이목구비가 오밀조밀하고 음성이 고와 마치 아직 소녀인 채로늙은 사람 같았다. 잘 놀다 가세요, 내 손을 가만히 잡고 인사하는그를 뒤로하고 방을 나왔을 때 인선은 말했다.
•낯선 사람을 만나면 긴장을 하는지 정신이 또렷해지셔. 워낙에폐 끼치는 걸 싫어하는 성정이라 그런가봐. 대신 나한테는 울기도하고 짜증도 내고, 어리광을 많이 부리셔. 내가 언니라고 생각할때가 많거든.
다음날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나는 오래전 겨울에 들었던 인선의 가출 이야기를 떠올렸고, 이상하게도 그 어머니만큼이나 인선이 안쓰럽게 느껴졌었다. 만 열일곱 살 아이가 얼마나 자신이 밉고 세상이 싫었으면 저렇게 조그만 사람을 미워했을까? 실톱을 깔고 잔다고. 악몽을 꾸며 이를 갈고 눈물을 흘린다고. 음성이 작고 어깨가 공처럼 굽었다고.
리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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