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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한 접시 - 펀자브에서 먹고 얻은 것 ㅣ 한 접시 시리즈
이민희.카잘 샤르마 지음 / 산디 / 2020년 6월
평점 :
인도의 인구 만큼이나 촘촘하게 늘어선 다바(dhaba)들. 그리고 콩나물 시루처럼 매일 그 안을 채우는 손님들. ‘인도 한 접시’에서는 커리로만 대변되던 인도 음식에 대해 천천히 친절하게 알려준다. 인도인들이 로티(roti)를 많이 먹는 이유가 단지 난(naan)이 비싸기 때문이라고만 여겼던 때가 있었다. 내가 인도인들을 이해하는 거리는 딱 인도와 한국의 대륙만큼 멀었다.
육 개월 간 인도를 여행하며 나를 매료시켰던 많은 것들 중 하나는 단연코 음식이다. 처음에는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의 이름이 뭔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른 채 생김새만 보고 맛을 유추했다. 먹다보니 감자 맛이 나기도 하고 밀가루 같기도 했으며 콩의 식감을 느끼기도 했다. 시간이 더 흘러서는 생김새와 이름을 대충 연관짓기는 했지만 나는 그저 배를 채우는 여행자일 뿐, 인도 음식에 대해 알려하지 않았으며 딱히 알 방법도 없었다. 그러나 인도를 다녀 온 그 이듬해, 난데없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듯 인도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시작되었다.
그쯤 나는 인터넷을 통해 난, 도사, 버터치킨, 처트니, 커리 만드는 법에 대해 검색하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정보가 많지 않았거니와 생김새와 맛은 기억해도 이름을 모르는 음식은 찾을 수 조차 없었다. 이렇게 그리워질 줄 알았다면 인도에 있을 때 좀 더 자세히 물어둘걸 그랬다. 아, 인도인 친구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던 찰나 나는 ‘인도 한 접시’를 만나게 되었다. 책에서는 여행자로서 알 수 있는 지식 그 이상의 것들을 알려주고 있었다. 인도의 음식, 그리고 그들의 식습관은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 또는 ‘맛’이 전부가 아니였다. 인도에서 음식과 식습관은 집안 대대로 내려와 내 자식에게 물려주는 가훈과도 같았고 내가 믿고있는 종교적 신념을 대변해주기도 했으며 그 나라의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를 표현하기도 했다. 그건 인도의 13억 인구만큼이나 다양해서 결코 ‘인도인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와 같은 명제로 단정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였다. 같은 밀을 사용하지만 로티, 난, 뿌리 등 조리 방법에 따라 여러 음식으로 세분화되며, 고기를 대부분 안먹긴 하지만 어떤 고기를 안먹는지, 어디까지 허용하는지는 너무 다양했다. 라씨에서 시작해 세탁기까지 이어지는 그 음식의 배경을 쫓아가는 과정은 무척 흥미로웠다.
‘인도 한 접시’는 안그래도 맛있는 인도 음식에 윤기를 더한다. 자꾸만 먹고 싶은 음식으로 만들어 준다. 인도에 다시 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