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듣는 시간 사계절 1318 문고 114
정은 지음 / 사계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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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또는 혼자 듣는 산책으로 각자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벚꽃이 가득 핀 기다란 길에 서서 흩날리는 바람소리와 꽃잎이 떨어지는 소리만 들리는 곳에서 가만히 서있는 것만 같은 여운이 길게 남겨진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예뻐 소설이지만 시를 읽어 내린 것 같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청각장애가 있는 수지와 시각장애가 있는 한민의 일상생활과 둘의 대화는 특정장애라고 말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어쩌면 주어진 외형의 조건으로 정상인척 살아가지만 그 둘보다 더 아픈 곳이 있는 장애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못 듣고 못 보는 이들에게 화를 내거나 동정하는 사람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아주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는 건 우리도 그들 중 하나일거라는 불편한 사실 때문이다.

   육체적인 장애가 없어도 사람들은 다수가 정해놓은 틀에서 벗어나는 이들에 대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편견으로 포장하고 바라본다.

   이 소설 속 시대배경이 1997년 즈음으로 하고 있는데 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편견의 벽은 낮아지지 않은 것 같다.

   작가는 우리에게 소설 속 수지와 한민이 느끼는 감정들의 표현을 글을 통해 잔잔한 피아노곡을 듣고 난 기분으로 만들어 준다.

   때로는 아니 어쩌면 더 많이 행복의 기준조차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그들과의 비교에서 찾고 있다면 수지와 한민이랑 함께 하는 산책을 듣는 시간을 추천해주고 싶다.

   “세상에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은 없어. 대신에 사람마다 행복한 시기와 불행한 시기가 있는데 너희 엄마는 잠시 불행하고 힘든 시기를 겪고 계시는 중일거야, 그러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야. 걱정하지마.” p130

 

   누구에게나 있는 고민이나 걱정이 있는 것처럼 수지와 한민은 장애 때문이 아닌 그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에 불편한 부분이 있을 뿐이고, 오히려 남들이 다 갖고 있는 건강한 청각과 시각이 없어도 정신적으로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히려 우리가 흔히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위안과 힘을 주는 둘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시간을 잠깐이나마 만들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 이 세상에는 귀가 들리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데, 그건 못 듣는 게 아니라 안 들리는 능력이 있는 거라고. 모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특별히 안 들리는 능력이 있는 거니까. 신비한 일이라고. 나는 축복 받은 거라고. ” p65

 

   단어 하나 보는 시점의 차이 하나로 세상의 모든 것이 새로이 보일 수 있다는 것, 보이고 들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간과하고 있는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메시지를 던져 주는 것 같다.

 

   불행한 사람은 없고 불행한 시기가 있을 뿐이라고 한민이가 말한 것처럼 편견과 남들의 시선에 힘들어 하거나 되는 일이 없어 혼자만 불행을 감싸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도 이 책을 읽고 자신을 돌아보는 산책을 듣는 시간을 가져 볼 수 있기를 권해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미 수지와 한민의 산책을 듣는 시간을 예약하고 기다리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을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구와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산책하며 들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산책이라면 귀기우려 들어보며 그동안 듣지 못하고 보지 못했던 것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 이 세상에는 귀가 들리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데, 그건 못 듣는 게 아니라 안 들리는 능력이 있는 거라고. 모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특별히 안 들리는 능력이 있는 거니까. 신비한 일이라고. 나는 축복 받은 거라고. "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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