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서 (스페셜 에디션) - 영혼의 순례자 칼릴 지브란
칼릴 지브란 지음, 로렌스 알마-타데마 그림, 강주헌 옮김 / 아테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떻게 숲에 들어섰는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으나, 진정한 길에서 벗어난 그때 잠에 취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내 마음을 무서움으로 적셨던 그 골짜기가 끝나는 어느 언덕 기슭에 이르렀을 때, 나는 위를 바라보았고, 사람들이 자기 길을 올바로 걷도록 이끄는 별의 빛줄기에 벌써 휘감긴 그 언덕 등성이가 보였다. - 단테, 『신곡』서문


20세기의 단테라 불리는 레바논의 시인이자 철학자 지브란의 스페셜에디션이라해서 갖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아주 어려운 책이라 처음에는 겁부터 났으나 이 책은 전반부의 스승과 제자의 대화 후반부의 지혜의 말씀으로 나뉘어 있고 겉으로 봐서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어떻게 숲에 들어섰는지 확실히 말할 수 없으나' 그는 영적스승이게서 얻은 지혜를 "마침내 나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나는 그것을 말하려 한다. 죽음이 나의 말을 가로막는다면 내일이 나를 대신하여 말해 줄 것이다. 내일은 오늘의 비밀을 영원의 책에 감추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서문에서"라고 했다. 스승이 누군지는 책 어디에서도 나는 발견할 수 없었으나 스승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책의 크기는 휴대폰보다 1/3더 크고 양장본이며 작고 예쁘게 생겼지만 삽화가 흑백이라서 조금 아쉬움이 있다. 다른 사람들도 삽화에 나오는 그림이 조금 못내 아쉽다고들 한다. 로렌스 알마 타데마 경(sir Lawrence alma-tadema(1836~1912)의 그림이 칼라가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었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을 네 종교로 섬기거라.

아름다움을 네 신으로 섬기거라.

아름다움은 신께서 우리에게 보여주려

완벽하게 빚어낸 창조물이기 때문이다.

신성함을 희롱하는 사람들을 멀리 하거라.

그들은 탐욕과 오만으로 뭉친

위선자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에 깃든 신성함을 내 신앙으로 삼거라.

비로소 너는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될 것이고

행복을 진실로 열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움 앞에서 속죄하며 네 죄를 참회하거라.

그때서야 아름다움이

네가 사랑하는 여인의 가슴에

네 가슴을 더욱 가까이 다가서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여인이란 네게 어떤 존재이냐"

네 사랑의 크기와 깊이를

그대로 드러내주는 거울이며,

네게 생명을 준 창조주의 방식을

네 가슴에 가르쳐주는 선생이기도 하다."

-p91~92


삶은 바다에 외로이 떠 있는 섬과 같다. 그 섬에서는 바위가 희망이고 나무가 꿈이다. 꽃은 외로움에 떨고 개들은 목말라한다. 형제들이여, 너희 삶은 다른 섬들이니 다른 땅들에서 외따로 떨어진 섬이다. 다른 땅을 향해 너희 해안을 떠나는 배들이 아무리 많더라도 너희 해안을 차아오는 선단이 아무리 많더라도 너희는 외로움과 싸우며 행복을 갈망하는 외로운 섬이다. 그러나 너희는 그 존재조차 알려져 있지 않기에 형제들의 연민과 이해를 구할 수 없구나


잠언 같은 책들은 은유와 상징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시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서평에서 시(詩)라는 표현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무엇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정답이 없거나 정답이 있어도 정답이 꼭 정해진 답이라고 말할 수 없는 책이다. 그가 쓴 《예언자》를 얻기 위한 과정으로 나는 생각하는 부분이 여럿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언자》에서 깨달음을 얻은 자의 여정이 담긴 내용과 스승의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동양의 신비주의는 그가 찾아낸 잠언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여기서 스승이라는 것은 영혼의 스승까지도 포함하는 것 같다.


형제여, 네 영혼의 삶은 외로움에 들러싸여 있지만, 그 외로움과 고독함이 없다면 너는 네가 아니고 나는 네가 아니리라. 이런 외로움과 고독함이 없다면 나는 너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내 목소리가 내 목소리라고 믿게 되리라. 너의 얼굴을 보면서 네 얼굴이 거울에 비친 나의 얼굴이라 생각하리라.


동양에서는 고독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상대적인 고독이 아닌 절대고독에 대한 이야기처럼 잠언의 곳곳에 내가 알지 못하는 동양의 철학이 녹아 있는 것도 같아서 찾아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전반적인 느낌은 다 알듯하면서도 모르는 내면의 깊이를 가졌기때문에 내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조금은 어렵지만 신비한 느낌이 있어서 끌리기도 하면서도 난해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