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가의 철학 - 휴대전화 컬렉터가 세계 유일의 폰박물관을 만들기까지
이병철 지음 / 천년의상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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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가들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수집품을 수집을 할까? 값비싼 것들은 당연히 수집가들의 목록에 들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에 그런 것들을 남긴 사람들의 기록이 없는 것을 보면 나름의 수집가들은 철학을 가졌을 것이다. 역사 속에서 수집가들이 가지는 철학이 무엇인지에 관한 책인지 궁금했다.

우리는 1분 1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에도 역사는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제의 역사가 다르고 오늘의 역사가 다른 것은 두말하면 입이 아프다. 서로 비슷하면서 비슷하지 않는 것들을 어떻게 역사로 기록하고 수집하는지에 대해서는 무작정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그래서인지 때로는 수집가들의 수집품에 의해서는 확연히 차이를 보일 때가 있다. 같은 상표라해도 글자의 크기가 달라지던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이를테면 식물에서 가장 변형이 많고 돌연변이가 많은 것을 시대구분을 위한 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 아마도 수집가들은 제일 변화가 많은 어떤 것들을 수집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수명이 짧아 기록을 오래하지 못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되기에 그것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할 것도 같다. 이 책은 휴대전화 컬렉터가 세계 유일의 폰박물관을 만들기까지의 여정이 적힌 책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화와 통신의 세계가 이 책을 펼치는 사이에 열렸다.

전화나 통신에 관한 에피소드로 가득차 있었다. 영화의 고증이나 소품을 그 시대상황을 보여줄수도 있었다. 색깔이나 디자인에 관한 생각도 그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변하는 것을 알수도 있었다. 온통 문화의 산물인데도 옛날부터 그랬다는 말도 안되는 말들을 늘어놓는다.

  
 
  

폰박물관의 전시물

2010년 칠레 산호세 금광에서 광부 33명이 지하 700m에 매몰된 사건이 일어났다. 17일 만에 그들이 살아있다고 알려지자 전세계의 눈과 귀가 칠레로 쏠렸다. 칠레 정부가 어렵사리 구멍을 뚫고 작은 관을 통해 음식과 약품이 담긴 캡슐을 내려보냈다. 그러나 관건은 하루 20m씩 파들어 가는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50여 일동안을 광부들의 정신력이 버텨내느냐 하는 점이었다.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를 함께 부르며 버틴 광부들은 지상과 연락이 닿자 자기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과 칠레-우크라이나 A 매치 경기를 보고 싶다고 했다. 절박하고 절실한 소망이었지만 칠레 정부는 난감했다. 지름 8cm 관으로 TV를 내려보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바로 그때 나타난 것이 GT_i7410이었다.

이처럼 폰이 세상과의 소통으로 이뤄내는 역사들이 책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세상에 폰이 나오고 나서 변화한 세상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나의 어린 딸은 한글을 쓸줄은 몰라도 폰은 사용할 줄 안다. 동영상도 보고 원하는 곳에다 전화도 건다. 그리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자신이 한다. 이것 또한 역사를 채울 것이다.

"어떤 물건이 이다음에 문화유산이 될지 당대에는 모른다. 세월이 흐른 뒤 그 물건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수집가의 몫이다. 수집가의 안목과 수집 능력이야말로 한 나라의 문화유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문화 콘텐츠의 다양성을 이루는 핵심 요소이다. 수집가가 수집하지 않은 물건은,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사건처럼 후세에 전해지지 못한다."

나는 문화재 발굴과 관련하여 위의 문장과 비슷한 느낌을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어떤 역사학자는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것만 기록을 남긴다고, 후세에 전해지는 역사는 철학을 가진 수집가가 없었다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막연히 해본다. 수집가들은 어떤 철학이 있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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