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롭게 쓸데없게 - 츤데레 작가의 본격 추억 보정 에세이
임성순 지음 / 행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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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추억으로 풀어내어짐으로서 아름다워지는 것일까? 아니면 아름답다고 말하는 가? <짱구는 못말려>, <검정 고무신>, <안녕, 자두야>, <명탐정 코난>, <아기 공룡 둘리>등은 아직도 아이들 사이에 살고 있는 아날로그 감성이다. 추억의 만화들이 수십년 전후에서 시작해서 지금까지 수십년이나 방영되고 있지만 그런 아날로그적 감성은 디지털 감성보다 잉여롭거나 쓸데없이 그때 그 시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초등학교 문방구에는 옛날 과자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입맛을 훔치고 있고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사적 공간이며 아이들의 공적 공간이였던 골목이 사라지고 문화가 생성되고 삶의 공간이였던 학교 앞 문방구는 온라인 마켓에 사라져갔으며 삼거리 평상에서의 휴식도 사라진 지금 그 공간들을 추억하는 사람들의 기억은 옛날을 부르고 있다. 제4의 산업화 사회에서 기계화와 획일화에 지쳐가는 세대들은 몸을 부딪히며 뛰어놀던 어린 시적을 그리워 하는 까닭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의 서평을 써보겠다고 아이들을 데리고 초등학교 문방구에 살 것도 없이 며칠을 다녀온 적이 있다. 조그만한 수수께끼 책이라든지 최신 딱지, 로봇이나 작은 크기의 프라모델, 불량간식 등을 눈요기만 하고 오기도 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시대의 유행과 아이콘들이 <응답하라>시리즈에서도 추억되는 것은 걱정없이 살던 과거에 대한 향수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지금은 하루 하루를 걱정 속에서 산다. 잉여롭다거나 쓸데없다는 표현이 더 적확한 과거가 당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줄 것 같다면 당신은 이 책을 좋아 할 것이다.

나는 어느 날 아침엥 본, 나무등걸에 붙어 있던 나비의 번데기를 떠올렸다. 나비는 번데기에다 구멍을 뚫고 나올 준비를 서두르고 있어싸. 나는 잠시 기다렸지만 오래 걸릴 것 같아 견딜 수 없었다.

나는 허리를 구부리고 입김으로 데워줬다. 열심히 데워준 덕분에 기적은 생명보다 빠른 속도로 내 눈앞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집이 열리면서 나비가 천천히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날개를 뒤로 접으며 구겨지는 나비를 본 순간의 공포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엾은 나비는 그 날개를 펴려고 파르르 몸을 떨었다. 나는 내 입김으로 나비를 도우려고 했으나 허사였다. 번데기에서 나와 날개를 펴는 것은 태양 아래서 천천히 진행되어야 했다. 그러나 때늦은 다음이었다. 내 입김은 때가 도기도 전에 나비를 날개가 쭈그러진 채 집을 나서게 한 것이었다. 나비는 필사적으로 몸을 떨었으나 몇 초 뒤 내 손바닥 위에서 죽어 갔다.

나는 나비의 가녀린 시체만큼 내 양심을 무겁게 짓누른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에야 나는 자연을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깨닫는다. 서둘지 말고, 안달을 부리지도 말고, 이 영원한 리듬에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안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 그리스인 조르바 』

"잉여롭게, 쓸데없게" 보내는 시간은 아마도 나비의 우화의 시간이리라 믿고 싶다. 여기에서 나오는 아이템들이 당신의 우화의 시간 속으로 돌려줄 것이다. 며칠 동안 추억 속에서 살 수 있으며 아이들에게도 공부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기보다 "잉여롭게, 쓸데없게" 보낸 어렸던 시절을 이야기를 하기도 할 것이다.

이 책처럼 옛날을 읽지 않는다고 세상은 달라지지는 않지만 마음은 더 편안해지면 좋지 않을까? 국민학생이였던 우리들의 마음의 바닥을 형성되고 있는 추억이라는 이름의 것들이 이 책에는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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