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어떤 번역가가 번역했는가에 따라 읽고 싶은지가 결정되는 것 같다. 김난주 번역가의 작품이라서 읽고 싶어졌다. 예전에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창가의 토토』 『냉정과 열정 사이』 를 잘 읽은 까닭이기도 하다. 책은 다음과 같이 6개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우리는 헤어지고 또 만나고를 반복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7년전 알던 사람을 바로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 일상적인 만남이 되풀이 되면 어느 순간에는 특별한 만남을 가질 수도 있는 것 같다. 만나고 헤어짐에 특별한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던 나에게 어쩌면 나의 수많은 만남들이 우연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혀주는 것 같기도 하다. 다시 만나는 이유는 뭔가 있을 것 같다.
모리 에토 작가는 시간을 섬세하게 나눌 줄 아는 작가인 것 같다. 첫만남의 설렘이 있을 때 시간이 실제시간보다 늘어나듯이 또 그가 무슨 말을 할까 기다리는 시간 또한 시간이 실제시간보다 늘어나듯이 또 「푸른 하늘」처럼 어떤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의 시간은 또 이리 길었던가 했듯이 만남과 헤어짐,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서 느낄수 있는 감정들이 섬세하게 나타나 있었다.
만나고 헤어지는 일상의 삶이 화려하거나 다채롭지는 않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스한 눈길을 느낄수 있었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이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열망하던 내일이었다'라는 소포클레스의 말이 떠오르는 아침이다. 오늘은 어제와 똑같은 아침을 특별히 만나야 겠다. 특별히 조금 더 신경써보는 것이다. 이 소설은 그 긴장감과 설렘이 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