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법 빗자루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 지음, 용희진 옮김 / 키위북스(어린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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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밤에 산을 넘다 보면 김서방을 부르며 씨름을 하자는 도깨비를 볼 수 있었대요. 거절하려 해도 거절할 수 없고, 씨름을 하다 보면 넘어질 듯 넘어가지 않는대요. 이른 새벽 산을 넘던 다른 사람들은 빗자루를 붙들고 씨름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고 하죠.

 

미국 어디일까요? 어느 쌀쌀한 가을밤, 마녀를 태운 빗자루가 남편을 잃고 홀로 사는 아주머니네 텃밭으로 떨어졌대요. 영원할 것 같던 빗자루도 하루하루 낡아 가고, 아무리 좋은 마법 빗자루라고 언젠가는 하늘을 날지 못하게 된대요.

 

우리나라 이야기 안에서 빗자루는 도깨비 이야기와 함께 나와요. 보통 물건이 오래되면 도깨비가 된다고 하는데 특히 빗자루가 그렇대요. 그런데 여긴 원래 마법 빗자루가 있대요. 오래되면 도깨비로 변하거나 마술을 부리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지날수록 마법의 힘이 빠진대요.

 

도깨비로 변한 빗자루는 사람들이 발견하면 아궁이에 태워버려요. 하지만 마녀가 두고 간 빗자루는 부엌에 있는 여느 빗자루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빗자루로 보였대요. 그래서 홀로 사는 아주머니네 집에 그대로 머물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마녀가 두고 간 빗자루는 여느 빗자루들과는 달리 바닥을 쓰는 일은 물론이고, 장작을 패고, 물을 긷고, 심지어 피아노 연주까지 합니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빗자루 이야기는 이웃 스피베이 씨 귀에 들어갔어요. 빗자루를 본 스피베이 씨와 이웃 남자들은 대체로 빗자루를 불길한 물건으로 여기는 것 같았어요. 우리나라 도깨비 이야기를 들은 걸까요?

빗자루는 억울해요. 못된 짓이라고는 하나도 저지르지 않고 열심히 일만 하며 지내는데 악마라니요. 그리고 아내들은 빗자루가 혼자 사는 아주머니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대요. 자신들의 말만 많은 남편보다 더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을요.

 

어느 날 자신에게 못되게 구는 스피베이 씨의 두 아이를 혼쭐내 준 빗자루는 못된 짓을 했다는 죄명으로 밧줄로 칭칭 묶여 불에 태워지고 말았어요. 그리고 마을에는 새하얀 빗자루 유령이 나타납니다.

 

이전 <빗자루의 보은>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을 때 이 이야기는 어쩌면 <흥부놀부>의 제비를 떠오르게 했어요. 그런데 원작이 똑같은 이 이야기가 <어느 날, 마법의 빗자루가>로 나타나자 권선징악의 주제는 찾아볼 수 없네요.

 

똑같은 그림과 순서로 써내려간 이야기에는 낯선 것, 나와 다른 것, 이해할 수 없는 것,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두려움, 편견, , 차별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언제라도,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들을요. 시대마다 던지는 빗자루의 다른 물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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