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루스가 첫날 나한테 가르쳐 주었던 많은 부분이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뇌와 몸의 급성 반응, 또는 흔히 투쟁-도주 반응이라고 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만약 뇌가 위협을 인지하거나 생존의 공포를 느끼는 상태라면, 교감 신경계라고 하는 자동 신경계의 그 부분이 부신 호르몬(아드레날린제)을 분비하기 시작한다. 또한 부신은 시상하부가 분비하는 호르몬에 의해서도 자극을 받고, 그리하여 코르티솔이 생성된다. 그때 나는 열두 살의 나이에 코르티솔 수준을 끌어올렸던 것이라고 확신한다. 기본적으로 생명을 위한 투쟁에 필요 없는 몸 안의 모든 것은 정지한다. 소화는 느려지고, 혈관은 수축되고(단, 큰 근육 내의 혈관은 오히려 팽창한다.), 청력은 약해지고, 시력은 좁아지고, 심장 박동은 올라가고, 타액 분비를 규제하는 눈물샘이 즉각 억제되기 때문에 입은 바짝바짝 말라 간다.
사실 생명을 걸고 싸우는 상태라면 이 모든 게 중요하지만, 이런 급성 스트레스 반응은 말하자면 일시적이다. 연장된 스트레스 상태로 살면 분노, 우울증, 불안, 가슴 통증, 두통, 불면증, 면역 체계 억압 등 온갖 유형의 심리적 영향과 생리학적 파급 효과가 찾아온다.
사람들이 스트레스 호르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 훨씬 전에, 루스는 이미 나한테 만성 스트레스와 위협에 대한 나의 생리학적 반응을 통제할 수 있도록 가르쳤던 것이다. 지금도 수술실에 들어갈 때면, 나는 호흡을 천천히 가라앉히고, 혈압을 조절하고, 심박동 수를 낮추곤 한다. 뇌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현미경을 통해 보면서 수술할 때, 내 손은 흔들리지 않으며 내 몸은 이완된다.